“위안부의 수호천사 참뜻 이어갈것”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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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美하원 ‘결의안’ 통과주역… 故 레인 에번스 前의원 기려”
연인이었던 서옥자 교수 책 펴내

2일 경기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에서 열린 고 레인 에번스 전 미국 하원의원 추모 및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원행 스님, 이동현 변호사, 이태식 전 주미대사, 권영남 목사, 서옥자 미 컬럼비아대 교수, 이옥선 강일출 할머니(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광주=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일 경기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에서 열린 고 레인 에번스 전 미국 하원의원 추모 및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원행 스님, 이동현 변호사, 이태식 전 주미대사, 권영남 목사, 서옥자 미 컬럼비아대 교수, 이옥선 강일출 할머니(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광주=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故에번스 전의원
故에번스 전의원
9년 전과 같은 장소였지만 한 사람이 참석하지 못했다.

2일 경기 광주시 퇴촌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쉼터인 ‘나눔의 집’에선 미국 정계에서 위안부 문제를 이슈화한 고 레인 에번스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을 추모하는 출판기념식이 열렸다. 그와 함께 미국에서 위안부 문제를 알리는 데 앞장섰던 서옥자 컬럼비아대 교수(전 워싱턴정신대문제대책위원회 회장)는 지난달 그와 함께 활동한 이야기를 엮은 책 ‘그대의 목소리가 되어’를 펴냈다.

“평생 약자를 위해 헌신했던 레인의 역할을 제가 대신해야겠다는 생각에 책을 냈습니다.” 2006년 에번스 전 의원과 함께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나눔의 집을 방문했던 서 교수는 이날 그를 대신해 마이크를 잡았다. 서 교수와 에번스 전 의원은 2007년 미국 연방 하원에서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통과를 함께 이끌어낸 숨은 주역이자 결혼까지 약속한 연인 사이였다.

에번스 전 의원은 1983년부터 2007년까지 24년간 하원의원을 지내며 위안부, 소수민족 등 약자들의 인권을 위해 헌신한 손꼽히는 ‘인권정치인’이다. 2006년 파킨슨병이 심해져 정계에서 은퇴한 뒤 8년간 투병 생활을 하다 지난해 향년 63세로 세상을 떠났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1999년 서 교수가 몸담고 있던 워싱턴정신대문제대책위원회가 주최한 행사에서였다. 평소 위안부 문제에 관심이 있던 에번스 전 의원이 당시 행사에 기조연설자로 참석한 게 인연이 됐다. 서 교수는 “우리는 ‘위안부’가 맺어준 인연”이라며 “미국 대학 40여 곳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 초청 강연회를 열 때나 미국에서 기자회견을 할 때면 레인이 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에번스 전 의원 역시 서 교수의 도움을 받아 2001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위안부 결의안을 제출하는 등 본격적으로 위안부 문제 알리기에 나섰다.

그들이 뿌린 씨앗은 2007년 위안부 결의안이 통과되면서 결실을 맺었지만 두 사람의 사랑은 비극으로 끝났다. 에번스 전 의원의 법률대리인인 동생, 전직 보좌관 등이 서 교수를 포함한 외부인과의 만남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 교수는 “3년 전 무작정 요양원을 찾아가 30분 동안 레인을 본 게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 끝까지 돌보지 못한 게 후회스럽다. 누구보다 약자의 인권을 위해 봉사했지만 정작 레인은 쓸쓸하게 생을 마감했다”면서 슬퍼했다.

현재 서 교수는 ‘탈북자 대모’로 불리는 수잰 숄티 북한자유연합(NKFC) 대표와 함께 탈북자 인권 향상을 위한 활동도 벌이고 있다.

광주=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
#위안부#수호천사#레인 에번스#서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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