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이 책, 이 저자]“이백-두보-왕유의 흔적 찾아 3만리 대장정… 중국인 이해하는데 당나라 詩만한 게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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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시의 나라’ 펴낸 김준연 고려대 교수

26일 만난 김준연 교수는 “한국인들이 중국을 여행할 때 당시(唐詩)와 연관시켜 유물 유적을 보면 중국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이 크게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연 교수 제공
26일 만난 김준연 교수는 “한국인들이 중국을 여행할 때 당시(唐詩)와 연관시켜 유물 유적을 보면 중국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이 크게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연 교수 제공
이백, 두보, 백거이, 왕유….

당시(唐詩)의 대가들이다. 중국 당나라(618∼907) 때 활동했던 시인들을 생각하면 ‘신선’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10년 이상 중국 전역을 돌며 당시를 연구해 온 김준연 고려대 중어중문학과 교수(45) 역시 무언가 달통한 ‘구름’ 같은 느낌을 줄 것 같았다. ‘중국, 당시의 나라’(궁리)를 출간한 그를 26일 만났다.

“아이고. 신선이라뇨. 혼자 다니다 보니 먹는 것도 부실했고 힘들었고. 이런 일을 왜 시작했나 싶었어요. 중국 내 이동 거리만 1만2500km 정도 돼요. 13개 성(省)에 산재한 수십 개의 당시 관련 현장을 찾아다니다 보니….”

김 교수는 2001년부터 틈만 나면 중국으로 갔다. 당나라 시대의 지도를 참조하며 당나라 수도 시안(西安)부터 둔황(敦煌), 타이산(泰山), 구이린(桂林), 뤄양(洛陽), 이창(宜昌), 난징(南京), 항저우(杭州) 등 당시 유적지를 직접 발로 밟았다.

“중국은 ‘시의 나라’예요. 물론 왕조를 대표하는 문학 장르가 있긴 했습니다. 한나라의 부(賦·시와 산문 혼합체의 운문), 송나라의 사(詞·시가의 한 분야), 원나라의 희곡, 명·청나라 소설까지…. 그런데 여전히 중국인들은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는 제1수단으로 시를 활용해요. 중국 정치인도 당시를 읊으며 심경을 표현합니다. 중국인도 드라마를 통해 한국을 이해하듯이 우리도 당시를 통해 중국을 많이 알았으면 합니다.”

문헌자료를 통해서도 당시를 충분히 접할 수 있지 않은가. 굳이 1만2500km를 돌아다닌 이유가 궁금했다.

“당시가 1000년 넘은 유물이지만 박물관에만 보관된, 즉 죽은 상태가 아닙니다. 얼마 전 시안 곡강지(曲江池)에서는 당시와 관련된 흔적들을 복원했어요. 쑤저우(蘇州)에는 높이 17m의 세계 최대 시비(詩碑)를 세웠죠. 마치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에서 박물관 유물이 밤만 되면 살아나듯 당시도 책 속에 머물지 않고 여기저기서 꿈틀꿈틀합니다. 현장을 봐야 하는 이유죠.”

그는 왕유, 이백, 두보의 시에 얽힌 현장을 방문해 받은 감동을 쏟아냈다.

“왕유의 시 중에 ‘위성의 노래’가 있어요. 양관(陽關)을 나서면 술을 나눌 친구가 없을 것이라며 한잔 권하는 시죠. 공감이 안 됐어요. 하지만 양관에 가보니 뒤로 드넓은 사막이 보이고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1000년 전 시인의 감정이 이입됐죠. 이백 무덤을 본 순간에는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습니다. 신선 같은 이백이 자그마한 후원에 몸을 누인 광경을 보니 ‘이 사람아. 왜 하늘나라에 있지 않고 이 시골에 쓸쓸히 누워 있나’란 말이 튀어나왔죠.”

타이산에 가서는 두보의 청년 정신을 느꼈다는 그는 인터뷰를 끝내며 “이제는 ‘당시’를 잠시 놓아주려 한다”는 의외의 말을 꺼냈다.

“10여 년의 작업을 마치니 스스로 가두었던 울에서 풀려나는 듯했죠. 당시에만 집착하다 보니 시야가 좁아지는 것 같아요. 이제는 당시를 잊고 또 다른 무언가를 찾을 생각입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중국 당시의 나라#이백#두보#왕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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