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자 심리-신체적 피해 측정도구 개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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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순 안전보건공단 이사장 “실태 파악뒤 업체 컨설팅 지원… 산재취약층 안전망 촘촘히 짤것”

“서비스 업종에서 일하는 감정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려면 일단 감정노동의 수준과 정신적, 육체적 피해 정도를 과학적으로 측정해 그 실태를 파악해야 합니다.”

지난달 16일 취임한 이영순 안전보건공단 신임 이사장(68·사진)은 2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감정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와 상황을 정확히 분석하기 위해 ‘한국형 감정노동 평가도구’를 개발했고, 실제 활용할 수 있는지 최종 검증을 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로 1985년부터 26년간 재직하는 등 안전공학 전문가로 30여 년을 활동해 온 이 이사장은 요즘 감정노동 문제에 관심이 많다. 감정노동자란 비행기 승무원, 백화점 직원, 골프장 캐디 등 감정관리 활동이 직무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대인 서비스업 종사자를 뜻한다. 그는 “사업주들이 고객 응대 지침을 적절히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소비자들도 태도를 바꿔야 한다”며 “감정노동자가 본인의 가족이나 친구일 수도 있다고 보고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감정노동으로 인한 피해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0년 21건이던 감정노동 재해 발생 건수가 지난해 53건으로 늘었다. 현재는 전체 임금노동자의 30∼40%인 560만∼740만 명이 감정노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이사장은 “평가도구 검증이 끝나는 대로 즉시 현장에 투입해 실태 파악을 해 보겠다”며 “감정노동 자문단도 구성해 백화점, 콜센터 등 감정노동자가 많은 사업장을 중심으로 컨설팅과 교육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산업구조가 서비스업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산업재해 취약계층도 증가하고 있다. 중장년층, 여성, 외국인 근로자 등이 서비스업 고용시장에 대거 진입하고 있지만 파견, 용역 등의 간접고용이나 비정규직이 대부분이어서 산재를 당했을 때 보호받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체 산업재해자 수의 33.3%가 서비스업에서 발생했고, 서비스업의 재해자 수(3만526명)가 제조업의 재해자 수(2만9432명)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 이사장은 앞으로의 산재예방 정책도 이 같은 산재 취약계층의 안전망을 촘촘히 설계하는 것에 집중할 뜻을 밝혔다. 그는 “산재예방 사업의 성패는 산재 취약계층의 안전과 건강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달렸다”며 “사회안전망 구축 차원에서라도 반드시 해결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비스업은 휴폐업이 잦고, 이직률이 높아 체계적인 안전관리가 어렵다”며 “직능단체나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늘려 자율적인 예방활동을 유도하고, 서비스업 전반에 재해예방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덧붙였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감정노동자#안전보건공단#산재취약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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