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축담당 기자에게 로저스 같은 프리츠커 상 수상 경력 건축가는 VIP 취재원이다. 뉴스는 명성을 좇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늘 깊이 회의한다. 프리츠커 상을 받은 명망 높은 건축가의 뒤를 밟는 일과 ‘좋은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독자에게 전하는 일 사이에 얼마만큼의 접점이 있는지.
이 책의 저자는 영국 주간지 ‘옵서버’의 건축평론가다. 케임브리지대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첫 장에서 그는 책을 통해 가르치거나 훈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건축 공부를 시작하려는 10대나 20대 독자가 있다면 배움의 마음가짐으로 읽기를 권한다. 건축에 뿌리를 두고 학업과 생업을 치열하게 이어 온 선배의 금쪽같은 조언이 빽빽하다.
언뜻 밋밋한 강론이 적절한 현장 사례 덕에 파괴력을 얻는다. ‘거장’ 건축가 루트비히 미스 반데어로에의 대표작인 미국 일리노이 주 판스워스 주택의 결말은 불편을 참지 못한 집주인과의 법정다툼이었다. ‘현대건축의 아버지’라 불리는 르코르뷔지에의 아내 이본 갈리는 남편이 설계한 프랑스 파리의 아파트 겸 스튜디오에서 23년을 살았다. “집은 삶의 기계”임을 천명한 남편은 침실에 변기와 세면대를 칸막이 없이 놓았다. 남편의 외도와 시어머니의 등쌀에 시달린 갈리의 말년은 알코올의존증으로 점철됐다. 건축의 ‘단독 행동’은 인간을 소외시킨다.
소제목은 건축용어가 아닌 인간의 욕망에 대한 단어다. 저자는 돈, 섹스, 권력, 과시욕이 건축을 형성하고 다시 그 건축물이 욕망을 생성한다고 썼다. 원제는 ‘Why We Build(왜 짓는가)’. 기자에게는 ‘건축에 대해 무엇을 왜 쓰는가’ 구구절절 반성하게 만든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