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충류 공룡의 정체는 중온동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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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구진, 뼈화석으로 성장률 분석… “참치-바늘두더지도 변온-항온 중간”

공룡이 항온동물인지 변온동물인지를 놓고 학계에서는 30년 이상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미국 연구진은 공룡이 항온동물과 변온동물의 중간인 ‘중온동물’이라는 새로운 해석을 내놨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공룡이 항온동물인지 변온동물인지를 놓고 학계에서는 30년 이상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미국 연구진은 공룡이 항온동물과 변온동물의 중간인 ‘중온동물’이라는 새로운 해석을 내놨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6500만 년 전에 멸종한 공룡은 체온이 일정한 항온동물이었을까, 아니면 주변 기온에 따라 체온이 바뀌는 변온동물이었을까. 진화 과정을 나타내는 ‘생명의 나무’에서 높은 위치에 자리한 조류와 포유류는 항온동물로, 그 아래 어류 양서류 파충류는 변온동물로 분류된다. 그간 공룡은 악어나 도마뱀처럼 파충류에 속해 변온동물일거라는 추정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를 뒤집는 증거가 속속 등장하면서 공룡의 정체에 대한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 공룡이 항온동물이 될 수 없는 이유

공룡이 항온동물이라는 주장은 육식공룡의 뼈 화석에 남아 있는 혈관의 흔적을 찾아내면서 나오기 시작했다. 항온동물은 변온동물보다 뼛속 혈관이 더 발달돼 있다. 혈관이 온몸 구석구석으로 퍼져 있을수록 신진대사가 빨라져 체온을 효율적으로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증거만으로 공룡을 항온동물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육식공룡끼리도 혈관 발달 정도에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더구나 거대한 초식공룡을 항온동물로 분류하면 생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한다.

항온동물은 신진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몸 바깥으로 방출해야 하는데 초식공룡은 이 과정 자체가 어려웠을 가능성이 크다. 공룡 전문가인 이융남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현재 지상에서 몸집이 가장 큰 포유류인 코끼리는 몸의 열을 식히기 위해 끊임없이 커다란 귀를 펄럭거린다”면서 “무게가 50t이 넘는 용각류 같은 거대한 초식공룡은 몸을 식힐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음식물 섭취량도 문제가 된다. 코끼리의 경우 신진대사에 필요한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먹는다. 이 연구원은 “공룡이 하루에 섭취할 수 있는 음식량에도 한계가 있다”면서 “초식공룡이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할 만큼 음식물을 섭취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커 항온동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 성장률로 따져보면 공룡은 ‘중온동물’

이런 가운데 미국 연구진이 공룡이 항온동물도, 변온동물도 아니라 그 중간에 해당하는 ‘중온동물(mesotherm)’이라는 새로운 해석을 ‘사이언스’ 13일자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변온동물과 항온동물을 구분 짓는 중요한 요소인 신진대사량이 성장률과 정비례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변온동물이 추운 날씨에 자신의 몸을 데우지 못하는 이유는 체온을 끌어올릴 만큼 신진대사를 빠르게 진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성장률이 빠른 동물은 신진대사도 빨라 몸을 충분히 데울 수 있어 항온동물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변온동물이 된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공룡 21종과 현생 동물 360종의 성장률을 분석했다. 공룡의 성장률은 뼈 화석에 나이테처럼 새겨진 성장선을 참고했다. 그 결과 공룡의 성장률이 오늘날 변온동물과 항온동물의 성장률의 중간에 위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미스 교수는 “공룡은 중온동물로 보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참치는 어류임에도 불구하고 변온동물이 아니라 중온동물에 해당하며 바늘두더지는 포유류지만 항온동물이 아니라 중온동물로 분류된다.

이융남 연구원은 “동물은 변온동물에서 항온동물로 진화해 왔는데 항온동물인 조류가 바로 공룡의 후손”이라며 “공룡이 변온동물과 항온동물의 중간에 위치하는 중온동물이라는 주장은 진화의 퍼즐에 잘 맞아떨어진다”고 말했다.

:: 변온동물 ::

외부 온도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 동물. 체온조절 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겨울에는 겨울잠을 자는 경우가 많다.

항온동물

외부 온도나 활동량과 관계없이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동물.

중온동물

성장률과 신진대사량이 변온동물과 항온동물의 중간에 위치한 동물.

이우상 동아사이언스 기자 idol@donga.com
#공룡#중온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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