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서쪽 2500km 해상에 2개 대형물체… 정찰기 급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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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실종기 수색]
실종 13일만에 인도양서 포착돼… 美-英 위성신호 재분석 정보 결정적
수심 3000m 넘고 풍랑 심한 해역… 블랙박스 찾기-원인규명 난항 예상

실종 13일째인 20일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의 잔해로 추정되는 물체가 인도양 남쪽에서 발견됐다. 토니 애벗 호주 총리는 이날 호주 캔버라 하원에서 “실종 여객기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물체 2개가 인도양 남쪽 해상에서 포착됐다”며 “이번 정보는 새롭고 믿을 만하다”고 강조했다.

호주 공군은 오리온 수색기를 현장에 급파했다. 미국의 최첨단 해상 초계기인 포세이돈도 현장에서 잔해를 확인하는 등 지지부진했던 수색 작업도 활기를 되찾았다. 다만 애벗 총리는 “발견한 물체가 실종기와 연관이 없을 수도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 잔해 발견, 확인까지는 시간 걸려

호주 해상안전청(AMSA)은 위성 정보를 토대로 서부 퍼스 해안으로부터 남서쪽으로 약 2500km 떨어진 해역에서 실종 여객기 관련 물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발견된 잔해 중 가장 큰 것의 길이는 24m다. 로이터통신은 “실종 여객기의 날개 길이가 27m인 만큼 발견된 잔해가 날개 부분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잔해가 발견된 해역은 여객기의 위치가 마지막으로 확인된 말레이시아 피낭 상공에서 7000km가량 떨어진 곳이다. 보잉 777기가 통상 시속 905km 속도로 운항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7∼8시간 비행한 뒤 바다로 추락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출발해 항로를 서쪽으로 바꾼 경위나 어떤 목적으로 인도양 남부까지 날아갔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당초 말레이시아 정부는 인공위성이 감지한 실종 여객기의 마지막 신호를 근거로 태국과 카자흐스탄을 잇는 북부 항로나 인도네시아에서 인도양에 이르는 남쪽 항로 중 한 곳으로 여객기가 비행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지면서 수색에 참여한 26개국은 아무런 흔적을 찾지 못한 채 어려움을 겪었다.

잔해 수색에서 돌파구가 마련된 것은 미국과 영국 정부가 위성신호를 분석한 새로운 정보를 호주에 제공하면서부터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영국 항공당국은 기존 인공위성 신호를 재분석해 수색범위를 크게 좁혀 호주 정부에 건넸다고 미국 ABC방송이 보도했다.

미 당국은 “위성 신호를 새로 분석하면서 수색범위가 텍사스에서 애리조나 사이 정도로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인도양 수색에 참여한 미 해군 7함대의 윌리엄 마크스 대변인이 17일 “미 동부 뉴욕과 서부 캘리포니아 사이에서 사람을 찾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던 것과 비교하면 수색 범위가 크게 좁혀진 셈이다.

호주 정부가 발견한 잔해가 실종된 보잉 777기의 것인지 확인하는 데는 상당히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서호주대 샤리 패트리아치 교수(해양학)는 “잔해가 발견된 곳은 험한 풍랑이 이는 남위 40∼50도대로 거대한 파도가 치는 곳”이라며 “잔해가 떠 있을지 모르지만 비행기 동체는 수심 5000m인 인도양 바닥에 처박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 블랙박스 발견이 관건

호주 정부가 발견한 잔해가 실종 여객기에서 떨어져 나온 것으로 확인돼도 실종 원인을 밝혀내는 데는 난관이 예상된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납치나 테러 가능성을 제기해 왔다. 여객기 기장인 자하리 아맛 샤 씨(53)가 납치를 주도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기체 결함이나 조종사 과실 가능성도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통신이 두절된 곳에서 잔해가 발견된 해역까지의 거리로 미뤄 볼 때 그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결국 여객기의 실종 원인을 밝힐 핵심적인 증거는 블랙박스다. 블랙박스에는 엔진과 비행기가 항로를 바꾼 방향과 고도, 여객기의 산소공급 상태 등 데이터가 담겨 있다. 이와 별도로 조종실에는 조종사들의 대화도 녹음돼 있다. 이 모든 것을 조사해야 실종 여객기의 미스터리를 풀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잔해가 발견된 해역의 수심이 3000∼5000m라는 점이다. 엄청난 수압 때문에 해양 구조장비가 접근하기 어렵다. 블랙박스 배터리가 신호를 보낼 수 있는 작동 시간은 최대 30일. 다음 달 초까지 찾지 못하면 실마리를 푸는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

2009년 애틀랜타 해에 빠진 에어프랑스의 동체를 확인하는 데는 12일이 소요됐다. 수백만 달러의 비용과 프랑스 핵잠수함 동원 등 각종 노력을 기울였지만 블랙박스를 찾는 데는 2년이나 걸렸다.

정세진 mint4a@donga.com·김지영 기자
#말레이시아 실종기#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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