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지는 이공계 홀대… 멀어지는 노벨상 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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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과학인 예우’ 부끄러운 현주소
朴대통령 “사기 진작” 공약에도 국내 권위 과학賞 되레 상금 깎여
기초과학 흔들… 성장엔진 약화

“이공계 기피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정부마저 과학기술 유공자에 대한 무관심을 지속하고 있다. 과학기술 유공자에 대해 최소한의 예우를 하고 사기 진작책을 마련하겠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에 나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같은 약속에도 불구하고 우수 연구자에 대한 정부의 예우는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인 과학자로 성장할 잠재력을 가진 과학자를 발굴하기 위해 마련된 ‘젊은과학자상’과 ‘한국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한국과학상’은 국내 과학기술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한다. 그런데 두 상의 상금이 현 정부 들어 대폭 줄어들고 시상자의 급도 격하됐다. 이는 과학기술자에 대한 인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이공계 기피 현상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된다.

젊은과학자상은 1997∼2008년 수상자들에게 연간 3000만 원씩 5년간 총 1억5000만 원의 연구장려금을 지급했다. 2009년부터는 5년간 매년 2400만 원씩 받는 것으로 상금이 줄더니 2013년부터는 3000만 원을 한 차례 지급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한국과학상’의 상금도 5000만 원에서 지난해 3000만 원으로 줄었다. 1987년 제정 당시 ‘국내 학술계 최대의 상금’을 내세웠다는 사실이 무색할 지경이다.

두 상을 주관하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한국연구재단 측은 “상금의 출처인 과학기술진흥기금의 안정적인 운영이 어려워졌고 개인에게 주는 상금으로는 지나치게 많다는 기획재정부의 지적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한 과학계 인사는 “예산을 핑계로 상금을 깎는 것은 과학기술 진흥에 대한 정부의 낮은 인식 수준을 드러내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과학 강국 독일은 라이프니츠상 수상자에게 7년간 총 250만 유로(약 36억3300만 원)를 지급한다. 과학계의 신흥 강자인 중국의 국가최고기술상 상금은 500만 위안(약 8억8100만 원)에 달한다.

국내의 두 상 모두 초기에는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직접 시상했다. 과기한림원 홈페이지의 젊은과학자상 소개란에는 여전히 “대통령이 직접 포상함으로써 연구개발에 대한 사기를 진작시킨다”는 문구가 남아 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20일 두 상의 시상식은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미래창조과학부 박항식 과학기술조정관(실장급)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젊은과학자상 1회 수상자인 KAIST 이상엽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는 “과학자들에게 대통령이 직접 상을 준다는 사실이 주는 의미를 정부가 간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자에 대한 홀대는 이공계 기피 현상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대학에서는 이공계 학생들이 의·치의학전문대학원이나 약대 진학을 준비하느라 전공 교육이 무너지고 있다. 기초과학에 대한 무관심은 결국 우리 사회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이공계 기피#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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