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인권범죄 가해자 이름-소속 기록남겨… 獨처럼 통일후 단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인권정보센터, 신상정보 자료 첫 공개

‘북한 전거리교화소에 수감 중이던 원명화는 비품을 훔쳤다는 이유로 담당 보안원 김철수에게 심하게 구타당해 사망. 가해 혐의자는 함경북도 회령시 인민보안부 소속으로 교화소 8반 담당인 김창수. 1978년 10월생.’

사단법인 북한인권정보센터가 최근 내놓은 ‘북한 인권 사건 리포트’의 일부다. 고문과 처형, 정치범수용소 구금 등 유형별로 정리된 북한 내 인권 침해 범죄 기록에는 가해자의 이름과 생년월일, 소속 등이 함께 적혀 있다. 북한 인권 침해 관련 가해(혐의)자의 구체적인 신상 정보들이 명시된 자료가 책자 형태로 일반 대중에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북한 내 가해(혐의)자의 구체적인 신상을 이런 형태로 공개한 것은 이들 개인은 물론 김정은 지도부를 향해 ‘인권 침해 책임자의 신상 정보를 축적하고 있다. 반드시 단죄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목적이다. 북한의 책임자들이 향후 처벌 가능성을 두려워해 인권 침해 수위를 낮추도록 유도하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센터 측은 설명했다. 이는 8월 활동을 시작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김정은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 제소 가능성을 열어 놓고 범죄를 입증할 자료를 모으는 활동과도 맥락이 닿아 있다.

독일의 경우 통일 이전 서독은 동독의 인권 침해 사건들을 철저히 기록하고 관련 자료들을 수집해 ‘잘츠기터 중앙문서기록보관소’에 보관했다. 당시 축적해 놓은 4만3000여 건의 자료는 이후 동독의 인권 침해를 단죄하는 결정적인 근거가 됐다. 윤여상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소장은 “북한에서 자행되는 끔찍한 인권 유린 행위들은 반드시 그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게 될 것”이라며 “북한 당국은 각종 폭행과 고문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해자의 정보들은 북한인권정보센터가 탈북자들을 상대로 면담 조사를 한 자료를 토대로 센터 내 검증위원회에서 여러 확인 작업을 거친 것이다. 이 리포트에 따르면 2007년 함북 청진시 나남구역 보안서의 구류장에 수감 중이던 이복희(여)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자는 당시 22세의 계호원 조광철이다. 이를 증언한 탈북자는 “이복희가 발가벗겨진 채 반죽음이 될 때까지 맞다가 새벽 3시경 숨졌다”고 증언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