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고 성능 좋은 중국산, 세계 무기시장 흔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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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첨단무기로 美-러 독점에 도전장

중국이 ‘저가(低價) 무기’로 세계 군수 시장에서 미국과 러시아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0일 보도했다. 그동안 ‘가격 이점’만 있던 중국산 무기에 최근 기술력까지 결합돼 시장 점유율을 급속히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터키가 추진 중인 ‘장거리 공중 미사일 방어 체계’ 구축 사업 입찰에서 중국 군수업체인 중국정밀기계수출입공사(CPMIEC)가 사업자로 선정됐다. 아직 최종 계약이 성사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입찰이 종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CPMIEC가 터키에 판매할 방공체계는 미국 패트리엇 미사일과 유사한 ‘훙치(紅旗·HQ)-9’. 공급가액은 총 30억 달러(약 3조1860억 원)로 기당 가격은 75만 달러(약 7억9600만 원)다. 터키는 미국이 참여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고, 기존 무기체계와 다른 중국의 훙치-9를 통합 운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피터르 베제만 선임연구원은 “중국 군수산업의 주목할 만한 성과”라고 말했다.

SIPRI 집계에 따르면 2003∼2007년 중국은 세계 재래식 무기 시장에서 8번째 수출국이었지만 2008∼2012년 세계 무기 수출 시장 점유율 5%로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주요 수출 품목은 첨단 전투기와 미사일, 전함, 대포 등이다. 영국 군사정보업체인 제인스 인포메이션 그룹은 지난해 중국의 무기 수출이 22억 달러로 5년 전의 두 배로 증가했다고 추산했다.

파키스탄은 이미 중국의 경량급 전투기 샤오룽(梟龍·파키스탄 명칭 JF-17) 142대를 수입하기로 했다. 중국은 자체 개발한 이룽(翼龍·수출명 윙룽·Wing Loong)도 수출 시장에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 지역도 아프리카와 일부 중동 국가에 한정됐던 과거와 다르다. 최근 남미의 아르헨티나 등은 중국산 군용 헬기를 현지 합작 생산 방식으로 들여오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소총 등 저가 경량무기 시장에서만 두각을 나타냈지만 최근에는 지대공미사일 등 첨단 무기체계로 수출 저변을 넓히고 있다. 이는 국영기업 위주인 중국 군수산업이 경쟁국보다 짧은 기간에 압축적으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기술개발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제인스 인포메이션 그룹의 가이 앤더슨 연구원은 “중국은 수십억 달러의 돈을 무기 연구와 기술 개발에 쏟고 있다”며 “군수기업에서 발생한 이익은 곧바로 재투자된다”고 말했다. 군수업체인 중국병기공업집단의 2012년 순이익은 16억 달러로 2010년보다 45% 늘었으며 대부분이 기술 개발에 다시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외교 원칙 중 하나인 ‘내정 불간섭’을 명분으로 수입국의 상황을 가리지 않는 것도 무차별적으로 무기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한 요인으로 꼽힌다. 쉬광위(徐光裕) 중국군비통제군축협회(CACDA) 연구원은 “중국 군수업체들은 외국 정부의 지위나 내정에 대해 특별한 요구를 하지 않는다. 정부의 수반이 누구든, 외교 정책이 어떻든 우리는 그들과 무기 거래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터키처럼 잠재적 대립 세력인 NATO 회원국에 자국 무기체계를 파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저렴한 가격도 장점이다. 앤더슨 연구원은 “중국의 기술력은 아직까지 서방과 비교해 10년 정도 격차가 있지만 가격이 낮아 저개발국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진단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중국 무기#군수시장#미사일#방공체계#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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