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총리 “내전 두렵지 않다” 강경론 고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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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명 사망 유감… 후회는 없어… 미국 원조 없어도 견딜 수 있다”
말레이시아, 자국 유학생 귀국령

하짐 알베블라위 이집트 과도정부 총리는 20일 “우리는 내전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군부가 배후 조종하는 과도정부와 이에 저항하는 무슬림형제단 세력 간 유혈 충돌로 1300여 명이 숨진 가운데 나온 이런 발언은 강경 대응기조를 지속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알베블라위 총리는 이날 미국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무슬림형제단 시위대는 평화적이지 않았다”며 “진압 작전에 돌입하기 전 해산을 요구했고, 출구도 있었지만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시위대는 무기를 갖고 있었고, 이를 사용한 것도 확인했다”며 “수백 명이 숨진 것은 유감이지만 후회는 없다. 똑같은 상황이 닥치면 똑같은 결정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알베블라위 총리는 “우리는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6∼9개월 내에 선거를 치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민주 정부에 권력을 이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간 13억 달러(약 1조4527억 원)에 이르는 이집트 군사 원조를 중단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에 대해 “(그렇게 되면) 당분간 군대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면서도 “이집트는 미국의 원조가 없어도 견딜 수 있다. 필요하다면 러시아와 협력을 모색할 수도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국가들은 이집트에 수십억 달러 원조를 약속하기도 했다.

알베블라위 총리의 강경 발언 직후 사태 악화를 우려한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집트 유학생 3300여 명을 모두 귀국시키기로 결정했다. 말레이시아는 이집트가 혼란에 빠졌던 2011년 2월 ‘아랍의 봄’ 당시, 군용기를 투입해 이집트 내 자국민 6500여 명을 사우디아라비아로 대피시킨 적이 있다.

이집트 과도정부의 대규모 유혈 강경 진압에도 불구하고 미 정부는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 정부는 20일 “평화 시위보장 등 기본 인권이 존중되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면서도 “아직 이집트 군부에 대한 원조 중단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1일 존 케리 국무장관 등 외교안보팀 핵심 참모들이 참석하는 국가안보회의를 긴급 소집했지만 이집트 원조 중단 여부를 정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부가 이집트 군부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지 못하는 이유는 친(親)유대계 로비 단체인 ‘미국·이스라엘공공정책위원회(AIPAC)’의 로비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는 20일 “AIPAC는 최근 연방의회 의원들과 은밀하게 접촉하면서 이집트 군부에 대한 지원을 계속하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P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AIPAC가 이집트 군부를 지지하는 것은 군부와 대립하는 이슬람 정치세력인 무슬림형제단에 대한 반발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이집트#알베블라위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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