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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고교에 총기난사” 협박에 美발칵… 알고보니 한국發 장난전화

입력 2013-07-02 03:00업데이트 2013-07-0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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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3월 뉴저지주 사건 범인은 한국인
지난해 3월 26일 한국 10대 남성의 테러 협박 장난전화를 받은 미국 뉴저지 주 경찰이 대테러 대응팀을 투입해 주변을 검색하고 있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이 남성에게 손해배상금 9180만 원을 청구할지 검토 중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제공
지난해 3월 26일 미국 뉴저지 주 워런 카운티 911 신고센터에 한 남성이 추적제한 번호로 전화를 걸어왔다. 이 남성은 “나는 AK47소총을 들고 해커츠타운 고교 인근 숲에 숨어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살해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현지 시간은 화요일 오전 9시 45분. 학교가 수업 듣는 학생으로 가득할 시간이었다.

미국 경찰은 즉각 대테러 장비로 무장한 대응팀 44명을 투입해 신고된 고교와 인근 초중고교 및 대학교 8곳으로 통하는 도로를 봉쇄했다. 각 학교는 재학생과 교직원이 아무도 건물을 드나들지 못하도록 문자메시지와 e메일로 안내했다. 장갑차와 헬기가 출동했다. 미국 ABC뉴스 등 방송들은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고 이 사건을 생방송으로 비중 있게 보도했다.

미국 경찰은 오후 2시경 협박이 장난전화였다고 결론 내리고 봉쇄를 해제했다. 4시간가량 인근을 수색했지만 주변에서 소총 소지자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주일 후인 4월 3일 이번에는 뉴욕 경찰 신고센터에 같은 발신번호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번에는 “당신(경찰관)이 10세인 내 아들을 죽였기 때문에 당신의 가족을 살해하겠다”는 협박이었다.

이 두 차례의 테러 협박은 그 후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져 갔다. 하지만 미국 경찰은 사건을 가볍게 넘기지 않았다. 경찰이 전화 발신지를 추적한 결과 한국에서 접속한 스마트폰용 무료 국제전화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 국토안보부 수사국은 지난해 6월 한국 경찰에 협조를 요청했다. 한국 경찰청은 그 후 1년 가까운 추적 끝에 현재 육군 일병으로 복무 중인 이모 씨(사건 당시 19세)를 검거했다.

○ 불장난보다 위험한 장난전화

1일 경찰 발표에 따르면 이 씨는 영어공부를 위해 페이스북으로 2011년 4월경부터 해커츠타운 고교 재학생 B 양 등과 채팅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 과정에서 발신번호가 미국 현지 번호로 표시되는 앱을 알게 됐고 이를 이용해 장난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이 씨가 해커츠타운 고교 인근 지리에 밝고 재학생의 이름을 정확히 알고 있었던 이유도 현지 페이스북 친구들 덕이었다.

처음부터 심각한 장난전화를 걸지는 않았다. 현지 음식점에 가짜로 피자를 주문하거나 특이한 소스를 배달해 달라고 장난치는 식이었다. 하지만 게임 전문 보이스메신저에 ‘미국 장난전화방’이라는 제목의 채팅방을 열고 자신의 장난전화를 실시간으로 중계하면서 ‘바늘도둑’은 점차 ‘소도둑’으로 변했다. 이 씨의 장난전화에 열광하는 참가자들이 최대 50명까지 채팅방을 채웠다. 영어에 능숙한 채팅 참가자들은 대화 내용을 입력해주며 이 씨의 장난전화를 돕기도 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이 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1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수사를 마친 뒤 이 사건을 군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경찰에 따르면 미국은 통상 한국 사법부가 범죄자의 형을 확정한 뒤 신병 인도 요청 여부를 결정한다. 다만 이 씨가 전북 전주시의 자택에서 장난전화를 했던 점 등 실제 테러 의도는 없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미국 측이 이를 요청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병 인도와 별개로 미 국토안보부가 이 씨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할 가능성은 있다. 미국 측은 이 씨의 장난전화 때문에 출동한 경찰의 초과근무 수당과 대테러 장비 동원비용이 8만1057달러(약 9180만 원)라고 한국 경찰에 알렸다.

○ 장난전화 마니아들

동아일보 취재팀이 1일 ‘아프리카TV’ 등 인터넷 개인방송 사이트에서 검색한 결과 이 씨처럼 채팅방을 개설하고 자신의 장난전화를 생중계하는 진행자가 수십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장난전화 장면을 녹화해 자랑하듯 올린 동영상 300여 건에는 적게는 20여 명에서 많게는 1만8000여 명의 시청자가 몰려 댓글을 달았다.

이들의 표적은 대부분 배달음식점이었지만 청소년상담센터나 병원, 신경정신과 등 공공시설물에 전화를 걸어 긴급상황인 것처럼 장난을 치는 진행자도 여럿 있었다. 아이디 ‘royste*****’는 서울의 한 병원에 전화를 걸어 친구가 위급한 것처럼 속이며 10분가량 상담원을 골탕 먹였다. 채팅방 참가자들은 진행자의 장난전화에 열광하며 “재밌다”는 댓글을 달았다. “번호를 알려주면 대신 전화를 걸어주겠다”며 장난전화 의뢰를 받는 동영상 아래에는 댓글로 휴대전화 번호가 수십 개씩 달렸다.

현행법상 장난전화의 유형에 따라 업무방해죄나 공무집행방해죄로 징역 5년 이하 혹은 벌금 1500만 원 이하 등 형사 처벌까지 가능하도록 돼있지만 대부분 벌금 및 과태료 60만 원 이하인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처벌된다. 이마저도 2008∼2012년 5년간 실제로 적용된 사례는 장난전화 13만818건 중 16건에 불과했다.

미국은 죄질에 따라 허위 신고를 4단계로 나눠 징역 1∼3년형 또는 벌금 100∼2만5000달러(약 2830만 원)를 부과한다. 2월 미국 텍사스 주에서는 경찰에 전화를 걸어 “담배 좀 사다 달라”고 장난친 48세 백인 여성이 긴급체포됐다. 4월 새누리당 김한표 의원이 119 장난전화를 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는 소방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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