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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분단의 핏빛 생채기… 회화는 소리없이 외친다

입력 2013-06-25 03:00업데이트 2013-06-2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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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 60주년… 피할 수 없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그린 두가지 전시회
고려대박물관에서 ‘한국전쟁 아카이브 프로젝트’로 개최한 ‘기억·재현, 서용선과 6.25’전에 나온 서용선 씨의 ‘포츠담회의’(2012년). 고려대박물관 제공
서울 안암동 고려대박물관의 3개 층 전시장을 채운 화가 서용선 씨(62)의 회화는 ‘소리 없는 외침’을 전한다. 전쟁은 끝난 것이 아니라 멈춘 상태일 뿐이라고. 6·25전쟁의 배경부터 전쟁 당시, 전후의 상황으로 이어진 관람 동선을 따라가면 분단에 무심하고 둔감했던 가슴에도 동요가 생긴다. 역사적 사실과 현장에 대한 깨어있는 인식, 강렬한 색채와 거친 붓질의 조형언어가 합쳐져 기억의 빗장을 열어젖힌다.

올해는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60주년. 고려대박물관의 특별전 ‘기억·재현, 서용선과 6.25’는 서 씨가 1980년대 말부터 작업해온 전쟁과 분단 관련 회화를 처음으로 한데 선보인 자리다. 가로세로 5m에 이르는 대작을 중심으로 회화 45점과 드로잉 30여 점을 망라한 전시는 묵직한 울림을 준다. 아픈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직접적, 적극적으로 현대사를 마주해온 작가의 내공과 집념이 오롯이 스며 있다. 8월 25일까지. 무료. 02-3290-1514

서울 신문로 일주&선화갤러리의 김혜련(49) 전준호 씨(44)의 2인전은 간접화법으로 분단을 얘기한다. ‘끝나지 않은 전쟁, 60년’을 주제로 두 40대 작가는 과거이면서 현재, 그리고 미래로 이어질 역사의 상흔을 회화와 영상작업으로 보여준다. 8월 14일까지. 무료. 02-2002-7777

○ 역사와 미술의 공존-서용선 전

“국가나 민족보다 인간을 사랑한 실러에게서 나는 자유의 본질을 본다.” 자신이 말대로 서용선 씨는 이념을 넘어 무고한 이들의 희생과 치유에 대해 관심을 드러낸다. 작품에는 포승줄에 묶인 사람들, 바닥에 낭자한 피, 흩어진 해골이 수시로 등장한다. 김일성 스탈린 마오쩌둥 같은 전쟁 주모자도 있고, 이름 없는 병사들과 인민군을 피해 숨어 살던 화가의 아버지도 모습을 보인다. 전쟁의 기억과 함께 보통 사람들의 고통을 재현한 작업이다. 그는 “그려보니까 억울한 건 보통 사람들이더라”고 말했다.

포츠담회담, 흥남철수, 인천상륙작전까지 상징적 현장을 포착한 그림은 6·25에 대한 역사적 이해를 돕는다. 전시를 기획한 정영목 서울대 교수는 “서 씨만큼 한국전쟁에 대해 집중적으로 작업해온 작가는 없다”며 “무엇을 주장하거나 평가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단지 전쟁에 관한, 나아가 우리 현대사에 대한 그들의 ‘시선’과 ‘관점’을 다시 생각하게끔 화두처럼 던져 주고 싶은 것이 목적이다”라고 말했다.

○ 상처와 치유의 공존-김혜련 & 전준호 전

김혜련 씨는 16점의 회화로 구성된 신작 ‘동쪽의 나무’를 발표했다. 독도와 비무장지대를 소재로 한 아름다운 풍경화를 자세히 보면 남북을 가로지른 철책선이 담겨 있다. 화폭마다 날카롭게 찢긴 자국과 이를 다시 한 땀 한 땀 바느질로 봉합한 흔적은 역사적 아픔을 자연의 생명력으로 치유하려는 소망을 드러낸다. 전준호 씨는 전쟁기념관의 조형물인 서로 얼싸안은 국군과 인민군 형제의 조각상을 모티브로 디지털 애니메이션 ‘형제의 상’을 선보였다. 형제가 분리된 상태로 춤추는 모습은 남북이 만나지 못하는 현실을 일깨운다.

일제강점기 이후 한국 미술의 미학적 가치가 심미주의에 치우치면서 6·25전쟁을 소재로 한 작품과 만날 기회는 드물었다. 두 전시는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 전쟁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분단의 역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여러 물음을 제시한 점에서 돋보인다.

고미석 문화전문기자·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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