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여름철 아웃도어 활동에 꼭 필요한 체온조절법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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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면 기온 뚝… 방수 방풍 ‘생명의 재킷’ 챙겨요

27일 전국에 비가 내렸다. 아무리 여름철이라도 자칫 비에 흠뻑 젖기라도 하면 체온이 떨어져 위험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판초우의나 방수용 재킷을 반드시 챙겨가야 하는 이유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27일 전국에 비가 내렸다. 아무리 여름철이라도 자칫 비에 흠뻑 젖기라도 하면 체온이 떨어져 위험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판초우의나 방수용 재킷을 반드시 챙겨가야 하는 이유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여름이 코앞에 다가왔다.

태양이 작열하는 여름철 더위는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이들에게 적잖은 부담이 된다. 한편으로는 갑작스레 쏟아지는 비 때문에 난처한 상황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여름철 아웃도어 활동을 준비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핵심은 ‘체온 조절’에 있다.

사람의 몸은 별다른 장치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본인의 체온을 ‘36.5도’로 유지할 수 있게끔 설계돼 있다. 그러나 이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알게 모르게 막대한 에너지를 사용한다. 지나친 아웃도어 활동으로 신체가 지쳤을 때는 ‘체온 유지 시스템’에 필요한 에너지가 모자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더구나 아웃도어 활동 중엔 체온 유지 시스템을 위협하는 요소들을 무수히 많이 만나게 된다.

물론 조금만 부지런히 준비하면 이런 걱정들은 한번에 날려버릴 수 있다. 동아일보 주말섹션 ‘렛츠’가 제안하는 체온 조절 방법에 귀를 기울여 보시길.

여름에도 ‘저체온’을 두려워하라

기온이 30도 이상 올라가는 여름에 긴 팔 티셔츠나 긴 바지를 입는 것만큼 고역이 없다. 산행을 하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자연은 그리 호락호락한 존재가 아니다. 찌는 듯한 더위가 이어지다가도 한 차례 소낙비에 기온이 10도 이상 뚝 떨어져 버리는 일이 수시로 일어난다. 이럴 때는 더위에 익숙해져 있던 몸이 갑작스러운 기온강하에 곧바로 적응하지 못해 문제를 일으키곤 한다. 물에 빠지거나 비를 맞았을 경우에는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사람의 몸이 열을 외부로 발산시키는 방법은 크게 4가지다. 가장 많은 것은 체온과 외부 기온의 차에 따라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복사’다.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열 방출의 약 3분의 2가 이 복사로 인한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수분이 피부에서 기화하면서 열을 빼앗아가는 ‘증발’이 있다. ‘전도’는 차가운 빗물 등이 몸에 닿았을 때 열 손실이 일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바람이 불었을 때 시원함을 느끼는 것은 외부 공기와의 접촉으로 인해 열이 방출되는 ‘대류’ 때문이다.

최대혁 서강대 교수(체육교육학)는 “비를 맞았을 때에는 운동으로 발생하는 열보다 전도나 대류를 통해 잃어버리는 열이 더 많을 수가 있다”고 경고한다. 영화나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더운 여름날 소낙비에 홀딱 젖은 뒤 처마 밑에 쪼그리고 앉아 오들오들 떨곤 하는 게 바로 이 때문이다.

체온조절을 총괄하는 기관은 간뇌의 시상하부다. 이 기관은 보통 때는 몸에 열이 나면 그것을 방출하고, 한기가 느껴지면 열을 생산하도록 명령을 내린다. 문제는 일정 수준 이상으로 체온이 낮아지거나 높아질 경우 체온을 정상으로 되돌리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체온저하 현상이 나타났을 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체온이 점점 더 떨어져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사람은 체온이 34도가 되면 신진대사가 급격히 저하되고, 32도에 이르면 부정맥이 생겨 심하면 1∼2시간 만에 사망하기도 한다.

산악인들은 여름철 산행에도 반드시 가벼운 재킷을 챙겨 가라고 조언한다. 그렇다고 늦가을이나 겨울처럼 ‘보온성’을 강조한 제품을 넣어갈 필요는 없다. 여름철 체온보호를 위한 재킷의 핵심기능은 ‘방수’와 ‘방풍’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코오롱스포츠가 자체 개발한 방수 소재 ‘아토텍(Attoteck)’은 여름철 장맛비나 갑작스러운 소낙비로부터 체온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방수와 투습 기능을 높여 국지성 호우에도 몸이 쉽게 젖지 않게 했다. 밀레는 ‘윈드 에지’라는 기능성 소재를 자체 개발했다. 이 소재는 옷의 겉 표면에 특수 멤브레인을 코팅함으로써 바람을 완벽하게 차단하면서도 수증기 형태로 나오는 땀을 원활하게 배출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밀레 관계자는 “윈드 에지 소재의 재킷들은 두께가 매우 얇고 무게도 가벼워 휴대하기 편하다”며 “산이나 숲에서 기온 변화가 클 때 효과적으로 신체를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 왼쪽부터 스페인 골퍼 세르히오 가르시아가 목에 걸친 미션 애슬릿케어의 ‘인듀라쿨 인스턴트 쿨링 타월’, 헤드가 자체 개발한 ‘쿨폴리’ 소재를 적용한 반팔 셔츠 ‘티케’, 밀레가 친환경 소재 ‘코코나’로 만든 ‘블랙 코코나 집업 티셔츠’. 각 업체 제공
사진 왼쪽부터 스페인 골퍼 세르히오 가르시아가 목에 걸친 미션 애슬릿케어의 ‘인듀라쿨 인스턴트 쿨링 타월’, 헤드가 자체 개발한 ‘쿨폴리’ 소재를 적용한 반팔 셔츠 ‘티케’, 밀레가 친환경 소재 ‘코코나’로 만든 ‘블랙 코코나 집업 티셔츠’. 각 업체 제공
▼ 무덥고 습하면 운동량 50% 이하로깵 15분마다 수분 섭취 ▼


체온 상승을 피하는 방법

여름철에 ‘저체온’을 대비하는 것이 혹시 모를 위험을 예방하자는 차원이라면 더위로 인한 체온 상승을 막는 건 상시적 위험요소를 차단하자는 의미다.

한국의 여름 날씨는 ‘고온’과 ‘다습’이라는 두 가지 특징을 가진다. 기온이 높으면 우선 복사를 통한 열 손실이 현저히 줄어든다. 신체와 주변 환경의 온도 차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특히 습도가 높은 날에는 증발을 통한 열 손실도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복사와 증발이 평상시 신체의 열 손실, 즉 냉각 작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5%에 이른다. 따라서 고온다습한 날엔 조금만 운동을 심하게 해도 체온이 상승할 여지가 많다.

사람의 체온이 38, 39도가 되면 신체리듬이 급격히 저하된다. 일사병의 기준이 되는 41도에 이르게 되면 정신착란이 오고, 심할 경우 의식을 잃을 수도 있다.

체온 상승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첫째는 운동량을 줄이는 것이다. 최 교수는 “같은 운동을 하더라도 여름엔 일사병에 걸리기가 훨씬 더 쉽다”며 “무덥고 습한 날씨에는 운동량을 평소의 50% 이하로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행을 할 때도 웬만하면 무덥고 습한 날씨를 피하되 꼭 산을 오르겠다면 평소보다 힘이 덜 드는 코스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둘째는 수분 섭취다. 전문가들은 보통 여름철 아웃도어 활동을 할 때는 15분마다 150∼200mm의 음료수를 마시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실내에 있을 때와 달리 아웃도어 활동 중에는 수분을 제때 공급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사람들은 흔히 “갈증이 나면 그때 물을 마시면 된다”고 오해한다. 그러나 ‘갈증’을 느낀다는 건 이미 탈수현상이 시작됐다는 뜻이다.

스스로 목이 마르다거나 지쳤다는 생각이 든다는 건 이미 신체리듬이 불안정해졌다는 신호다. 그러면 체온조절 시스템도 불안정한 상황에 이를 수가 있으며, 결과적으로 일사병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따라서 수분 공급은 갈증이나 피곤함을 느끼기 전에 미리미리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수분은 활동이 끝나고 나서도 적당량을 섭취해야 한다. 산행이나 운동이 끝나면 보통 체중이 1%안팎 줄어든다. 몸에 있는 수분이 그만큼 빠져나간 탓이다. 운동 전후 체중이 2% 정도 차이가 난다면 이는 일부 탈수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정도 수분이 빠져나가면 보통 권태감이나 피로감을 느끼고 계속 하품을 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만약 4% 이상 체중이 빠졌다면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므로 물을 마시고 휴식을 충분히 취해야 한다.

미션 애슬릿케어의 ‘인듀라쿨 인스턴트 쿨링 타올’(아래)과 같은 회사의 여름철 피부 보호용 썬크림 및 샤워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미션 애슬릿케어의 ‘인듀라쿨 인스턴트 쿨링 타올’(아래)과 같은 회사의 여름철 피부 보호용 썬크림 및 샤워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셋째는 체온 조절에 용이한 기능성 품목들을 활용하는 것이다. 요즘에는 특히 다양한 종류의 쿨링(Cooling) 용품들이 나오고 있다. 미국 스포츠용품 브랜드 ‘미션 애슬릿케어’가 선보인 ‘인듀라쿨 인스턴트 쿨링 타월’은 특수 섬유소재를 활용해 냉각 효과를 내는 제품이다. 수건을 물에 적신 뒤 목이나 팔, 머리 등에 걸치면 즉시 시원한 느낌이 든다. 회사 측은 ‘인듀라쿨’이라는 소재는 액체와 반응했을 때 1도 이상 온도가 내려간다고 설명했다.

‘시원함’과 ‘청량감’을 동시에 누릴 수 있도록 냉감소재를 쓴 옷들도 많이 있다. 밀레는 몸에서 배출된 땀을 단시간에 흡수 및 증발시키는 ‘쿨론(Coolon)’ 소재와 미국 듀폰이 개발한 흡습속건성 섬유 ‘쿨맥스(Cool Max)’를 활용한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쿨맥스는 일반 면보다 14배나 빨리 땀을 증발시킨다는 설명이다.

헤드는 자체 개발한 ‘쿨폴리(Cool poly)’ 소재를 적용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 소재는 폴리필라멘트에 신축성이 좋은 실을 비엔나소시지 모양으로 감아 옷과 피부가 닿는 면적을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헤드 관계자는 “쿨폴리 소재는 시원한 감촉과 함께 속건성 및 냉감기능까지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아웃도어 업체들은 코코넛 껍질로 만든 친환경 소재 ‘코코나(Cocona)’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코코나는 표면에 무수히 많은 마이크로기공을 갖고 있어 불쾌한 습기가 머무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주기 때문에 여름철 옷에 많이 활용된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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