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18일 홈런 1위 애틀랜타전 등판… 투구 체감속도 차이 더 키울지 관심

투수는 스피드건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타자를 상대한다. 이 때문에 무조건 빠른 공으로 윽박지르는 것보다 완급을 조절하는 게 타자를 속이는 데 유리하다. 통산 363승을 거둔 좌완 투수 워런 스판은 “타격은 타이밍인데, 투구는 그 타이밍을 빼앗는 것”이라는 말로 이를 요약했다.
그래서 중요한 게 ‘효과 속도(effective velocity)’ 개념이다. 효과 속도는 스피드건에 찍히는 물리적 속도(real velocity)가 구종과 로케이션에 따라 타자에게 어떻게 달라 보이는지를 정리한 개념이다. LA 다저스 TV 방송 해설자 스티브 라이언은 12일(한국 시간) 경기에서 류현진이 체인지업에 이어 145km(91마일)의 속구를 던지자 “타자는 157km(98마일)의 강속구로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로 직전 투구에 대한 잔상(殘像)은 효과 속도를 구성하는 중요한 개념이다.

그 배합은 초구 안쪽 체인지업, 제2구 바깥쪽 체인지업, 마지막 결정구 몸쪽 빠른 속구가 전부다. 매덕스는 “이 배합을 구사하면 상대 타자들은 거의 예외 없이 유격수 또는 2루수 땅볼로 물러난다”고 말했다. 물론 이는 매덕스가 뛰어난 제구력을 갖췄기에 가능한 일. 모든 투수가 이 패턴으로 성공할 수는 없다. 하지만 효과 속도 활용에 있어서 매덕스가 가장 좋은 본보기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타자는 몸에서 떨어져 있는 방망이를 회전시켜 공을 때린다. 이 때문에 몸쪽 공을 때리려면 방망이를 더 빨리 돌려야 하고 바깥쪽은 반대다. 이로 인해 타자는 몸쪽 공은 더 빠르고, 바깥 쪽 공은 더 느리다고 생각한다.
매덕스가 던진 몸쪽 체인지업이 시속 120km였다면 타자는 130km 정도라고 생각하게 된다. 거꾸로 120km짜리 바깥쪽 체인지업은 110km처럼 날아온다. 그 다음 공으로 몸쪽 138km의 속구를 던지면 타자는 145km처럼 느낀다. 35km의 구속 차를 극복해야 질 좋은 타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류현진 역시 우타자 바깥쪽에 체인지업을 던질 줄 아는 투수. 느린공을 더 느리게 보이도록 하는 법을 안다는 뜻이다. 류현진의 18일 5승 도전 상대는 팀 홈런(52개) 1위 애틀랜타다. 홈런이 많다는 건 스윙도 크다는 뜻. 류현진이 효과 속도를 영리하게 활용할 줄 안다는 걸 제대로 보여줄 기회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