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이 매덕스 넘으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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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 몸쪽 높은 속구 더 빠르게 느껴… 반대로 바깥 낮은 볼 가장 느려보여
류, 18일 홈런 1위 애틀랜타전 등판… 투구 체감속도 차이 더 키울지 관심

‘괴물 투수’ 류현진(LA 다저스)이 최근 관중석에 있던 5세 꼬마 팬과 캐치볼을 하는 동영상이 다저스 홈페이지와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에 소개되면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14일(현지 시간) 공개된 이 동영상에서 류현진은 5분가량 듀스 맨차라는 이름의 소년과 캐치볼을 했다. 류현진은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면서 이 공을 소년에게 선물했고, 소년은 류현진과 함께 찍은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밑에 사진). 이 소년은 팬들은 물론이고 다저스 선수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다저스의 마스코트 같은 존재다. 다저스 홈페이지는 류현진에 대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따뜻하다(incredibly heartwarming)”고 표현했다. 유튜브 화면 촬영·듀스 맨차 페이스북
‘괴물 투수’ 류현진(LA 다저스)이 최근 관중석에 있던 5세 꼬마 팬과 캐치볼을 하는 동영상이 다저스 홈페이지와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에 소개되면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14일(현지 시간) 공개된 이 동영상에서 류현진은 5분가량 듀스 맨차라는 이름의 소년과 캐치볼을 했다. 류현진은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면서 이 공을 소년에게 선물했고, 소년은 류현진과 함께 찍은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밑에 사진). 이 소년은 팬들은 물론이고 다저스 선수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다저스의 마스코트 같은 존재다. 다저스 홈페이지는 류현진에 대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따뜻하다(incredibly heartwarming)”고 표현했다. 유튜브 화면 촬영·듀스 맨차 페이스북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26·LA 다저스)의 미국 메이저리그 연착륙 성공 비결은 단연 완급 조절이다. 15일 메이저리그 통계 전문 사이트 팬그래프에 따르면 류현진의 속구(144.8km)와 체인지업(128.6km)의 평균 구속 차는 시속 16.2km나 된다. 150명 가까운 메이저리그 선발 투수 중에서 구종별 구속 차가 류현진보다 큰 선수는 7명밖에 없다.

투수는 스피드건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타자를 상대한다. 이 때문에 무조건 빠른 공으로 윽박지르는 것보다 완급을 조절하는 게 타자를 속이는 데 유리하다. 통산 363승을 거둔 좌완 투수 워런 스판은 “타격은 타이밍인데, 투구는 그 타이밍을 빼앗는 것”이라는 말로 이를 요약했다.

그래서 중요한 게 ‘효과 속도(effective velocity)’ 개념이다. 효과 속도는 스피드건에 찍히는 물리적 속도(real velocity)가 구종과 로케이션에 따라 타자에게 어떻게 달라 보이는지를 정리한 개념이다. LA 다저스 TV 방송 해설자 스티브 라이언은 12일(한국 시간) 경기에서 류현진이 체인지업에 이어 145km(91마일)의 속구를 던지자 “타자는 157km(98마일)의 강속구로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로 직전 투구에 대한 잔상(殘像)은 효과 속도를 구성하는 중요한 개념이다.

오른손 투수가 던진 공을 오른손 타자가 상대할 때 효과 속도를 나타낸 그림. 만약 투수가 시속 145km의 속구를 던졌다고 하자. 이때 타자는 제로(0)라인 영역으로 들어오는 공은 모두 145km라고 느낀다. 숫자가 1씩 커지거나 작아질 때마다 시속 8km씩 차이가 난다. +1에 해당하는 곳으로 들어오면 153km, +2는 161km로 느끼는 식이다. 미국 야구계에서 450만 개의 투구 및 이에 대한 타자들의 반응을 분석해 만든 수치다. 자료 출처 야구지식센터
오른손 투수가 던진 공을 오른손 타자가 상대할 때 효과 속도를 나타낸 그림. 만약 투수가 시속 145km의 속구를 던졌다고 하자. 이때 타자는 제로(0)라인 영역으로 들어오는 공은 모두 145km라고 느낀다. 숫자가 1씩 커지거나 작아질 때마다 시속 8km씩 차이가 난다. +1에 해당하는 곳으로 들어오면 153km, +2는 161km로 느끼는 식이다. 미국 야구계에서 450만 개의 투구 및 이에 대한 타자들의 반응을 분석해 만든 수치다. 자료 출처 야구지식센터
메이저리그에서 효과 속도를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한 투수로는 “세금, 죽음 그리고 그의 시즌 15승을 피할 수가 없다”던 그레그 매덕스가 손꼽힌다. 그는 통산 355승을 거둔 비결로 아주 간단한 볼 배합을 제시했다.

그 배합은 초구 안쪽 체인지업, 제2구 바깥쪽 체인지업, 마지막 결정구 몸쪽 빠른 속구가 전부다. 매덕스는 “이 배합을 구사하면 상대 타자들은 거의 예외 없이 유격수 또는 2루수 땅볼로 물러난다”고 말했다. 물론 이는 매덕스가 뛰어난 제구력을 갖췄기에 가능한 일. 모든 투수가 이 패턴으로 성공할 수는 없다. 하지만 효과 속도 활용에 있어서 매덕스가 가장 좋은 본보기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타자는 몸에서 떨어져 있는 방망이를 회전시켜 공을 때린다. 이 때문에 몸쪽 공을 때리려면 방망이를 더 빨리 돌려야 하고 바깥쪽은 반대다. 이로 인해 타자는 몸쪽 공은 더 빠르고, 바깥 쪽 공은 더 느리다고 생각한다.

매덕스가 던진 몸쪽 체인지업이 시속 120km였다면 타자는 130km 정도라고 생각하게 된다. 거꾸로 120km짜리 바깥쪽 체인지업은 110km처럼 날아온다. 그 다음 공으로 몸쪽 138km의 속구를 던지면 타자는 145km처럼 느낀다. 35km의 구속 차를 극복해야 질 좋은 타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류현진 역시 우타자 바깥쪽에 체인지업을 던질 줄 아는 투수. 느린공을 더 느리게 보이도록 하는 법을 안다는 뜻이다. 류현진의 18일 5승 도전 상대는 팀 홈런(52개) 1위 애틀랜타다. 홈런이 많다는 건 스윙도 크다는 뜻. 류현진이 효과 속도를 영리하게 활용할 줄 안다는 걸 제대로 보여줄 기회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류현진#매덕스#투구#효과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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