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드림/기고]전통적 일자리 매달리지 말고 새 네트워크경제 주역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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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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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호 NHN 정책실 이사·청년드림센터 자문위원
한종호 NHN 정책실 이사·청년드림센터 자문위원
인터넷 기반의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으로 ‘창조경제’를 일으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대통령이 나오는 걸 보면 ICT 산업의 고용 효과에 대한 정부의 시각도 좀 달라질 모양이다. ‘IT 기술이 일자리를 줄였다’고 천덕꾸러기 취급을 하며 대규모 토목사업에 매달렸던 어느 대통령과 비교해 보면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산업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기준 7.3%(약 81조7100억 원)로 주요 20개국(G20) 평균인 4.1%에 비해 3.2%포인트나 높다. 편리한 도구 정도로만 생각했던 인터넷은 이제 우리 경제에서 제조업, 공공부문, 건설 및 부동산, 소매 및 요식업 부문에 이어 다섯 번째 비중을 차지하는 주력 산업으로 성장했다. 고용 창출 기여도는 전통 산업에 비해 훨씬 높아 인터넷 기업 NHN의 매출 1억 원당 고용 직원 수는 현대차의 2배, 한전이나 포스코의 5배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그 다음부터다. 인터넷 기업이 일자리를 얼마나 만들어 내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인터넷이 불러온 사회, 경제 혁명으로 일자리시장의 구조 자체가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화 시대에 소수에 집중됐던 경제, 정치, 사회 권력은 인터넷으로 연결된 개인들이 만들어 낸 네트워크 경제, 네트워크 조직, 네트워크 여론에 서서히 자리를 내주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새로운 경제 활동과 경제 조직, 일자리가 무수히 만들어지고 있다.

한편에선 대량의 자원을 집적해 똑같은 상품을 대규모로 생산하여 시장에 내다파는 산업화 시대의 생산 방식, 이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자본, 인력, 기술을 공급하기 위해 고안된 사회경제 시스템, 이런 시스템을 보호하도록 설계된 정치 조직과 제도가 곳곳에서 삐걱거리고 있다. 다른 한편에선 이를 대체하는 새로운 네트워크 경제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불과 몇 사람의 엔지니어로 시작한 벤처기업이 골리앗과 같은 글로벌 기업을 무너뜨리는가 하면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나 공군 22전투비행단의 ‘레밀리터리블’처럼 대기업들도 엄두를 못 내던 글로벌 마케팅을 돈 한 푼 안 들이고 해내는 신경제의 총아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산업화 시대의 사회경제 시스템과 네트워크 기반의 새로운 경제가 충돌하고, 경쟁하며 공존하는 문명사적 전환기는 우리에게 엄청난 도전이자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네트워크 경제는 기존의 시장과 제도권 영역 바깥에서 인터넷을 매개로 새로운 정보 생산 및 유통을 주도하는 무수한 개인들 간의 ‘관계의 집적’ 위에 구축되고 있다. 기술과 지식이 공유되고, 당장의 이익보다 이용자 가치를 앞세워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이 큰 성공을 거두는 ‘공짜 경제학의 역설’이 통용된다.

일자리 시장도 ‘민주화’되고 있다. 네트워크 경제의 주역들은 산업화 시대의 주역인 대기업 대신 1인 기업, 사회적 기업, 소비자 조합 등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을 통해 힘을 기르고 있다. 우리 청년-대학생들이 날로 문호가 좁아져 가는 전통적 사회경제 시스템에 편입할 수 있는 마지막 입장권을 얻기 위해 ‘스펙 쌓기’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새로운 네트워크 경제의 주역으로 나서길 기대해 본다.

한종호 NHN 정책실 이사 · 청년드림센터 자문위원
#창조경제#한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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