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만에 드러나는 ‘다빈치 전설’

동아일보 입력 2012-03-14 03:00수정 2012-03-14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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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 만에 드러나는 ‘다빈치 전설’
이탈리아 피렌체 시(市) 청사로 사용되는 베키오 궁 내 ‘500년의 방’에는 신비로운 소문이 전해 내려온다. 방 안에 있는 르네상스 화가 조르조 바사리의 ‘마르치아노 전투’ 벽화 뒤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앙기아리 전투’라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는 전설이다.

‘앙기아리 전투’는 1505년 다빈치가 피렌체 공국 군대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베키오 궁의 어느 한 홀에 그리기 시작했으나 미완성 상태로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술사가들은 비록 미완성이지만 다빈치 예술인생의 최고봉이 되었을 작품이라며 그림의 소재를 찾아왔다. 특히 16세기 건축가이자 화가인 바사리가 1563년 ‘마르치아노 전투’를 다빈치 그림 위에 그렸다는 설이 강력히 제기돼 왔다. 바사리가 당시 정권을 잡고 있던 메디치가의 명령에 따라 다빈치 그림 위에 자신의 그림을 그려야 하는 상황에서 그림을 훼손하지 않고 아예 새 벽을 만들어 그렸다는 것.

40년 가까이 전설의 실체를 추적해온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주립대 마우리치오 세라치니 박사팀이 12일 ‘마르치아노 전투’ 3cm 뒤쪽에 숨겨진 돌벽이 실제로 존재하며 이 벽에서 다빈치의 ‘모나리자’에 사용된 것과 동일한 성분의 검은 안료와 붓으로 칠한 것으로 보이는 붉은색 래커 및 갈색 안료가 나왔다고 밝혔다.

탐사팀은 ‘마르치아노 전투’의 세월로 훼손된 부분에 작은 구멍을 내고 내시경 등의 장비와 초음파, 적외선, 자외선, 극초단파 등 첨단기술을 총동원해 숨은 벽화를 발견했다. 탐사를 지원해온 마테오 렌치 피렌체 시장은 “매우 흥미롭고 감동적인 발견”이라고 했다. 탐사팀을 이끄는 세라치니 교수는 “미스터리를 풀려면 작업을 더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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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각에서는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처럼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예술적 픽션 때문에 멀쩡한 유적(마르치아노 전투)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탐사 반대여론을 주도하는 미술사가 토마소 몬타나리 씨는 “이번 발견을 신뢰할 수 없다”며 “숨겨진 벽화가 다빈치의 작품이 아니라 르네상스 때 그려진 다른 벽화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이탈리아 유적 보존단체 ‘이탈리아 노스트라’는 지난해 “세라치니 교수의 탐사활동은 바사리의 벽화를 훼손할 위험이 있는 ‘댄 브라운’식 선전에 불과하다”며 반대 청원을 제기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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