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도가니법안 국회 통과는 겨우 정상 찾아가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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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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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판 출간 준비 공지영 씨 뉴욕서 인터뷰

10월 28일 미국 뉴욕 맨해튼 뉴욕한국문화원에서 열린 ‘미 동부 작가와의 만남 ’행사장에서 공지영 씨가 포즈를 취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10월 28일 미국 뉴욕 맨해튼 뉴욕한국문화원에서 열린 ‘미 동부 작가와의 만남 ’행사장에서 공지영 씨가 포즈를 취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소설가 공지영 씨는 ‘도가니 법안(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법률)’의 국회 통과 소식을 10월 2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트위터 팔로어로부터 처음 접했다. 그는 “한국은 아동과 장애인 성폭력에 법적으로 너무 관대해 이번 법안 통과는 정상을 찾아가는 과정에 불과하다.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다만 문학이 사회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신경숙 씨의 ‘엄마를 부탁해’ 영문판을 기획했던 바버라 지트워 씨와 손잡고 2013년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과 ‘도가니’ 영문판을 미국 시장에 내놓는다.

공 씨는 10월 28일 뉴욕 맨해튼 한국문화원에서 한국문학번역원이 주최한 ‘미 동부 작가와의 만남’ 행사에 참석한 뒤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했다. 그는 최근 한나라당 일부에서 소설 도가니가 현실보다 과장되어 있어 경찰 수사가 필요하다고 한 것과 관련해 “어처구니가 없다. 경찰이 수사에 나서면 성실히 임하겠지만 현실은 소설보다 더 처참했다”고 말했다.

―소설과 영화로 결국 법 개정까지 이뤄졌는데….

“미국도 성폭행을 고발하는 소설이나 영화가 나오면서 관련법이 강화되었다. 1988년 초 조디 포스터가 주연한 성폭력 고발 영화인 ‘피고인’으로 관련 법률이 강화된 게 대표적이다. 한국은 이제 겨우 정상을 약간 회복했을 뿐이다. 이번에 장애인 여성과 만 13세 미만 아동에 대한 성폭력 범죄에 대해서 공소시효가 폐지되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대표적인 것이 지적장애인이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발했을 때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의자가 풀려 나오는 것은 반드시 법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작가로서 소감은….

“영광이다. 사회 개선을 이끌어 낸 법률에 책 이름까지 거론됐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죽어가고 힘없던 문학이 힘을 받아서 문학 지망생이 더욱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또 기존 법률의 허점을 뻔히 알고 뻔뻔하게 성폭력을 저지르는 청소년들과 이 땅의 어른들에게 경종을 울린 것 같아 더욱 기쁘다.”

―사회 문제를 주제로 한 작품이 최근 많은데….

“사랑 얘기를 한다 한들 어떻게 사회 문제가 안 들어갈 수 있느냐. 춘향전에서 춘향과 이몽룡이가 왜 헤어지고 옥에 갇혔느냐. 뒤에 사회적인 모순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 없이는 춘향전을 이해할 수 없다. 개인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뒤에 거대한 사회적 힘이 작용하는 것이 보인다.”

―미국 시장에 언제 영문판이 나오나.

“이번 미국행은 미국 시장에 내 책을 처음으로 선보이기 위해 세일즈 하러 온 것이다. 신경숙 작가의 미국 진출을 도운 지트워 씨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과 ‘도가니’의 영문판 미국 출간의 에이전시를 맡기로 했다. 지트워 씨가 자신이 아는 출판인 30명을 초대해 나를 소개시켜 줬다. 출간 시기는 2013년 초가 될 것 같다. 국력이 뒷받침되니 여기까지 온 것이다. 감사한다.”

―서울시장 선거 때 박원순 후보 지지 활동을 폈는데….


“같은 동네(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사는 박 시장 등과 자주 만났다. 정치를 해보라고 여러 번 권유했지만 ‘농담이라도 싫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런데 9월 초에 박 시장이 갑자기 ‘서울시장에 나가기로 했는데 도와 달라’고 했다. 그래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돕겠다고 했다. 이번 선거를 보니 SNS의 힘이 정말 무섭더라.”

2일 귀국하는 공 씨는 내년 초 누적부수 1000만 부 돌파를 기념하는 조촐한 행사를 가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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