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서 탈출한다면, 당신이 꿈꾸는 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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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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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석의 ‘페이퍼 픽셀’. 정기정의 ‘푸른 숲 마을’ 모형, 황두진의 ‘공극의 구축’(왼쪽부터)
조민석의 ‘페이퍼 픽셀’. 정기정의 ‘푸른 숲 마을’ 모형, 황두진의 ‘공극의 구축’(왼쪽부터)
■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집을 생각하다’

생활의 편리함을 좇아 아파트에 살면서도 획일적 공간을 벗어나 전원과 단독주택에서의 삶을 꿈꾸는 사람들. 그 목표를 현실로 옮긴 사례들은 우리에게 지금 나의 선택을 되돌아볼 기회를 만들어 준다.

경남 김해시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의 하반기 기획전 ‘집을 생각하다’는 건축가 현대도예가 사진가 설치작가 16명의 50점을 통해 집에 대한 사유를 풀어낸 건축 관련 전시다(내년 2월 19일까지). ‘집을 짓다’ ‘삶을 상상하다’ ‘정원을 꿈꾸다’로 구성된 전시는 집이란 공간과 추억을 차근히 짚어나간다.

1층의 ‘집을 짓다’는 건축가 황두진 정기정 조민석 씨가 설계한 주택을 통해 아파트를 벗어날 수 있는 다양한 주거 형태를 제시한 점에서 흥미롭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소규모 단독주택, 공동체가 함께하는 전원주택, 카페와 주거공간이 공존하는 도심 복합주택의 모형이 차례로 이어진다. 조민석 씨가 설계한 ‘픽셀하우스’(경기 파주시 헤이리)는 1, 2층 면적을 합쳐 85.3m²(25.8평) 규모의 작지만 별난 집이다. 전시장에선 2분의 1 크기로 축소한 구조물의 안팎을 보여준다. 원 건물 외벽은 2만 개의 파벽돌로 이뤄졌는데 이를 1만 개의 종이상자로 쌓아올려 올록볼록한 표면의 느낌을 짐작할 수 있다.

‘푸른 숲 발도로프 대안학교’(경기 광주시 퇴촌면 원당리)를 중심으로 형성된 주택 13채 중 8채를 설계한 정기정 씨의 작업은 뜻 맞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풍경을 엿보게 한다. 자녀를 대안학교에 보내는 30, 40대 학부모들이 땅 사고 집을 지어 마을을 만들었다. 전시에선 두 집을 모형과 영상으로 선보였는데 겉멋 부린 집이 아닌, 그곳에 살 사람의 생활을 배려하는 데 초점을 둔 공간이라 개성적이면서도 조화롭다.

건축가 황두진 씨의 ‘더 웨스트 빌리지’는 경복궁 서촌에 자리한 지하 1층, 지상 3층 복합건물로 2, 3층이 주거공간. 그가 추구해온 ‘다공성(多孔性)’을 살리기 위해 남측면에 안이 들여다보이게 벽돌을 쌓아올린 건물은 채광, 차단 기능과 더불어 외관의 변화를 살려냈다.

2층에선 도자와 현대미술을 통해 집을 심리적 공간으로 탐색했다. ‘삶을 상상하다’ 섹션은 이국생활에서 느낀 이질감을 타인과의 만남을 소망하며 작은 밥그릇으로 이어 만든 전통 대문(이해정),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유기적 형태의 등받이 없는 의자(김지혜), 기울어진 식탁과 식기로 만든 샹들리에(김하윤) 등으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정원을 꿈꾸다’에선 집의 바깥이자 담 안에 자리한 정원을 화두로 휴식과 소통을 이야기한다. 자작나무 숲이 연상되는 박성백 씨의 도판작업, 김해에서 나는 식물로 꾸민 안성희 씨의 온실, 목화솜과 돌멩이로 만든 김순임 씨의 설치작품은 팍팍한 일상을 잠시 내려놓게 만든다.

전시는 생활의 중심인 집 안팎을 돌아보면서 ‘당신에게 집은 무엇인가’란 질문을 남긴다. 답의 실마리는 아파트 문화라는 익숙한 생활과 결별하는 용기에서 시작된다는 은유와 함께.

김해=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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