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교과서 집필진 절반 ‘전교조-좌편향’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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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명중 17명… 학계-시민단체 “잘못된 역사교육 우려”

한국사를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기 전에 좌편향 논란이 나온 교과서부터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올해부터 사용 중인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집필진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가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편향적 내용을 수정하라는 정부 지시를 거부했던 금성출판사의 한국 근현대사 집필진도 들어 있다.

▶2월 16일자 A3면 국군-미군 구체사건 명시…
4월 25일자 A8면 고교 필수과목 지정 이후 “한국사…”

학계와 시민단체는 이러한 교과서를 고치지 않으면 한국사를 필수로 배우는 학생들이 잘못된 역사의식을 가질 수 있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 집필진 중 46% 진보 성향

조갑제닷컴이 25일 발표한 ‘고교 한국사 집필진 교과서 이념 성향 분석’ 자료에 따르면 한국사 교과서 6종의 집필진 37명 중 전교조 교사거나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 등 좌파 성향 교수는 46%(17명)이었다.

본보 취재진이 전교조 회원 명단과 대조한 결과 삼화출판사의 한국사 필진 6명 중 4명이 전교조 소속이었다. 또 다른 교사 1명은 전교조의 연대 단체인 전국역사교사모임(전역모) 회원으로 금성출판사의 한국 근현대사 집필진이기도 했다.

전역모는 역사 교사의 3분의 1 정도인 2000여 명이 가입한 조직. 전교조의 참교육 실천 사업의 하나로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와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를 출판했다.

천재교육 교과서의 경우 필진 8명 중 2명이 전교조 교사였다. 이들과 함께 집필한 교수 4명은 좌파 성향인 역사문제연구소의 연구위원이거나 연구원이었다. 일부 교수는 이승만의 건국과 박정희 대통령의 근대화를 긍정적으로 보는 교과서포럼의 대안교과서를 비판했다.

미래엔컬처그룹과 비상교육의 집필진에는 교육과학기술부의 한국 근현대사 수정 권고안을 거부했던 교수가 각각 2명과 1명 있다.

법문사 교과서 필진에는 전교조 교사가 2명, 한국 근현대사 필진인 교사가 1명이다. 지학사에도 전교조 소속 교사가 1명 있다.  
▼ 일부 검정위원 “국정교과서로 복귀 검토를” ▼

한 한국사 교과서 검정위원은 “한국사를 전공한 교수 중에 좌편향이 적지 않고 전교조 교사도 (이념교육에) 적극적이라 교과서 집필에 다수 참여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지난해 교과부로부터 한국사 교과서의 검정 업무를 대행했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집필진 선택은 출판사의 고유 권한이라는 입장이다.

평가원 관계자는 “역사가 성향상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지만 검정교과서의 집필진 선택은 출판사 권한이고 평가원은 교과부로부터 검정 업무를 위탁받았으므로 집필진의 이념 성향에 대해서는 뭐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사 교과서가 편향적으로 기술됐다는 점은 본보가 전문가들과 함께 검토했을 때도 확인됐다.

학계에서는 한국사를 필수로 하기 전에 교과서 내용을 정비하지 않으면 학생에게 오히려 잘못된 역사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비판한다.

시민단체인 국민행동본부는 “미래엔컬처그룹과 천재교육의 교과서는 대한민국 정부를 21회에 걸쳐 독재라고 표현하였으나 북한 정권을 독재라고 쓴 횟수는 5회에 불과했다”며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가 반역성을 띠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2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에서 보고회를 열기로 했다.

교과서 검정위원으로 참여했던 이주영 건국대 사학과 명예교수는 “이념편향 문제에 따른 피해를 줄이려면 내용 개정과 함께 다시 정부가 집필진을 선정하고 관리하는 국정 교과서로의 전환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반면 교과부는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해 고등학교의 경우 2009개정 교육과정부터 한국사 교과서를 먼저 검정으로 전환한 마당에 국정으로 다시 돌아가기는 어렵다고 해명한다. 다만 문제가 되는 부분은 하반기부터 부분적으로 개편할 방침이다.

신강탁 교과부 교과서기획팀장은 “올해부터 역사 교과서의 검정심사 업무가 국사편찬위원회로 넘어간 만큼 논란이 됐던 내용을 보다 강하게 심사해 균형 잡힌 교과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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