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와 둔황’ 특별전]혜초, 오언시로 심신을 달래

  • Array
  • 입력 2011년 1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불쑥 치미는 향수…여행길 고통과 추위…

왕오천축국전 뒷 부분. 사진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왕오천축국전 뒷 부분. 사진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혜초는 4년 동안 돌아본 40여 개의 나라에 대한 기록 외에도 이국에서 느낀 단상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 여행의 고단함 등을 오언시로 지어 ‘왕오천축국전’에 기록했다. 당초 여행의 목적이었던 불교의 성지에 이르자 혜초는 크게 감격했다. 인도 보드가야의 큰 보리수 앞에 세워진 마하보리사에 당도했을 때 그는 ‘내가 원하는 소원이 이뤄진 것 같아 기쁘다’며 오언시를 지었다.

‘보리대탑 멀다지만 걱정 않고 왔으니/녹야원의 길인들 어찌 멀다 하리오/길이 가파르고 험한 것은 근심 되지만/개의치 않고 업풍에 날리리라/여덟 탑을 보기란 실로 어려운 일/세월이 지나 본래 그 모습은 아니지만/어찌 이리 사람 소원 이뤄졌는가/오늘 아침 내 눈으로 보았네.’

불교 성지를 돌아보겠다는 일념으로 발길을 재촉했지만 때때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억누르기 힘들었다. 혜초는 중천축국에서 석 달을 걸려 남천축국으로 내려갔을 때 달밤에 바람이 불어 하늘에 흩날리는 구름을 보며 불쑥 치미는 향수를 시로 달랬다.

‘달밝은 밤에 고향 길 바라보니/뜬 구름은 너울너울 돌아가네/그 편에 감히 편지 한 장 부쳐보지만/바람이 거세어 화답이 들리지 않는구나/내 나라는 하늘 끝 북쪽에 있는데/남의 나라 땅끝 서쪽에 있네/일남(日南)에는 기러기마저 없으니/누가 소식 전하러 계림(鷄林·경주)으로 날아가리.’

추위와 더위, 생소한 문화 등 혜초의 여행길은 고단했다. 담담하게 각국의 기후와 언어, 음식, 불교의 형태를 기록하던 혜초는 어느 겨울 견딜 수 없이 힘든 고통과 추위를 오언시로 적었다.

‘차디찬 눈이 얼음 위에 쌓이고/차가운 바람이 땅이 갈라질 듯 매섭네/바다마저 얼어붙어 발라놓은 단(檀)인 듯하고/강물은 벼랑을 갉아먹고 있네/용문(龍門)엔 폭포수마저 얼어 끊기고/우물 가장자리도 도사린 뱀처럼 얼어붙었는데/불을 벗하여 층층대를 오르며 노래하지만/어떻게 파밀(播密·파미르고원)을 넘을 수 있을까.’

▶ 세계문명전 ‘실크로드와 둔황’ 홈페이지 바로가기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