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이집트]‘재스민 혁명’ 튀니지式 하야냐… 한국 6·29式 정권이양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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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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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무력진압 않겠다”… 향후 정국 3대 변수
① 시위대 리더-체계없는 한계에 내분 가능성도
② 軍‘집권연장 불가’에도 정부 전복은 반대
③ 美등 하야-망명 원치않아… 파트너는 누구로?

광장 TV에 솔린 눈 지난달 31일 저녁 이집트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시위를 마친 뒤 TV로 시위 관련 소식을 보고 있다. 이날 “국민을 향해 무력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군의 성명이 나오자 시위대는 환호했다. 카이로=EPA 연합뉴스
광장 TV에 솔린 눈 지난달 31일 저녁 이집트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시위를 마친 뒤 TV로 시위 관련 소식을 보고 있다. 이날 “국민을 향해 무력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군의 성명이 나오자 시위대는 환호했다. 카이로=EPA 연합뉴스
이집트 군이 시위대에 무력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이집트 사태는 획기적 전환점을 맞았다. 군에 의한 유혈진압이라는 선택지가 무산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은 이제 시위대에 밀려 무조건 하야(下野)하거나 점진적인 정권 이양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궁지에 몰렸다. 그리고 그 최후의 결정은 시위대, 군, 미국이라는 세 변수의 조합에 달려 있다.

○ 하야…시위대의 단합이 변수

이집트 군의 갑작스러운 ‘비폭력’ 성명은 무바라크 대통령이 부분 개각을 단행한 지 수시간 만에 나왔다. 또 군의 성명 발표 한 시간 뒤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은 야권과의 협상 개시를 발표했다. 사실상 군에 대한 조건부항복 선언이었다. 그 순간 카이로 시내에 모여 있던 시위대의 머릿속에는 ‘재스민 혁명’이 떠올랐을 것이다. 튀니지에서도 군이 시위대에 대한 발포 명령을 거부한 뒤 진 엘아비딘 벤 알리 대통령이 망명길에 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집트에서 정부의 즉각적인 전복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려면 시위대가 앞으로 그만큼의 단합된 힘을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사실 반정부시위대는 ‘이름도, 상징도, 체계도, 명확한 지도자도 없는’ 자생적 집단이다. 종교, 신분, 성별, 계층에 상관없이 ‘무바라크 퇴진과 자유선거 실시’ 말고는 생각하지 않는 젊은이들의 낭만적이고 열광적인 축제에 가깝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워싱턴포스트도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와 명확한 미래 구상이 없는 시위대가 뿌리 깊은 기존 정권과 제도를 뒤엎을 힘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최근 시위에 최대 야권세력인 ‘무슬림 형제단’이 뒤늦게 뛰어들고, 시위에 참여한 소수 야당 등 30개 조직이 논의기구를 구성했지만 시위대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뉴욕타임스는 “무슬림 형제단뿐만 아니라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에 대해서도 반감을 갖는 시위대가 많다”며 향후 시위대 내부에서 균열이 불거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점진적 전환에 관심을 갖는 야권 정치세력과 시위대 사이에도 분열의 소지가 있다.

그리고 급격한 사회·정치적 혼란을 내포한 무조건 하야는 ‘질서 있는 전환’을 주장하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구상과도 맞지 않다.

○ 이양…모두 만족할 협상 가능할까

지난달 31일과 1일 미국, 이집트 군, 무바라크 정권, 그리고 엘바라데이를 중심으로 한 야권세력의 행동과 발언을 종합해 보면 이들 모두가 바라는 것은 ‘무바라크의 퇴진을 전제로 한 평화로운 선거 실시’로 모아진다.

군의 ‘비폭력’ 성명은 무바라크 대통령과 시위대 사이에서 군이 스스로를 중재자로 자리매김한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에는 ‘집권 연장 불가능’이라는 신호를 보냄과 동시에 시위대에는 ‘평화적으로 시위하는 한’이라는 단서를 달아 (폭력을 수반한) ‘정부 전복은 반대’라는 것을 암시한 것이다.

무바라크 대통령이 술레이만 부통령에게 야권과 협상하도록 한 것도 점진적 정권 이양을 염두에 둔 행동으로 볼 수 있다고 시사주간 타임은 풀이했다. 이 경우 술레이만 부통령은 무바라크 대통령의 정권 이양 및 퇴임 후의 신변안전 및 영향력 유지를 위해 거간꾼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무바라크 대통령은 야권과 풀뿌리 시위대를 분열시켜 시간을 벌면서 군 및 미국과는 이후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 유지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

이집트가 바라는 대로 ‘질서 있는 전환’ 수순을 밟는다면 미국의 고민은 다음 파트너가 누가 될지에 있다. 현재로서는 미국이 가장 껄끄러워하는 무슬림 형제단이나, 과거 반미성향을 보였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는 불편한 관계가 아닌 것으로 알려진 엘바라데이 전 사무총장이 집권할 확률이 높다. 그러나 국민의 신망이 여전히 두터운 군의 재집권 또는 영향력 유지 가능성도 여전히 크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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