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형 癌 이렇게 넘는다]유방모양 유지하며 암 절제 미용-심리안정 효과도 거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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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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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제 미리 투여해 암 크기 줄여,암덩어리-정상조직 일부만 제거“출혈-혹 만져지면 곧바로 진단을”

《식생활의 서구화에 따라 발병률이 증가하는 암이 유방암, 대장암, 전립샘암이다. 2000년부터 10년 동안 유방암은 2배, 대장암은 2.2배, 전립샘암은 1.7배가 증가했다. 이들 암의 최신 치료법과 예방법을 동아일보와 한림대의료원이 공동으로 3회에 걸쳐 살펴본다.》

유방암에 걸렸더라도 유방 전체를 절제하지 않고 모양을 살리는 보존수술이 늘고 있다. 의사가 유방암에 걸린 한 여성에게 유방모형을 가리키며 유방보존수술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 한림대의료원
유방암에 걸렸더라도 유방 전체를 절제하지 않고 모양을 살리는 보존수술이 늘고 있다. 의사가 유방암에 걸린 한 여성에게 유방모형을 가리키며 유방보존수술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 한림대의료원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사는 주부 이모 씨(48). 평소 오른쪽 유방에 밤톨만 한 크기의 덩어리가 만져졌다. 하지만 유방 조직이 변해서 만져지는 것으로 여겨 대수롭지 않게 지내왔다.

그러다 점점 덩어리가 커져 불안한 마음에 한림대성심병원 유방-내분비암센터를 찾았다. 조직검사 결과 유방암이었다. 유방 자기공명영상(MRI)촬영에서 가로 4.3cm, 세로 2.3cm 크기로 측정됐다. 이 씨는 유방 모양을 그대로 유지하기를 원했다. 최근 이 씨와 같은 유방암 환자들은 유방의 형태를 살리는 수술을 원한다.

한림대성심병원 유방-내분비암센터의 경우 연간 150여 명의 유방암 환자를 수술한다. 유방암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지만 약 70%인 100여 명이 유방보존수술을 받고 있다.

○ 30, 40대 환자 대부분 ‘보존’ 원해

유방보존수술은 유방암 덩어리와 주변 정상 조직의 일부만 제거하므로 유두를 포함한 유방의 많은 부분을 보존할 수 있다. 유방을 대부분 없애는 전체절제술과 비교해 전체 생존율도 큰 차이가 없다.

유방을 보존하면 미용효과뿐 아니라 심리적 안정감과 만족도까지 높일 수 있다.

수십 년간 유방암의 표준수술법은 유방과 겨드랑이 림프절까지 절제하는 유방전체절제술이었다. 1990년대까지 약 80%의 유방암 환자가 이 수술을 받았다. 현재는 유방보존수술 비율이 유방전체절제술을 앞지르고 있다.

이처럼 유방보존수술이 늘고 있는 것은 유방암의 조기 진단이 증가하고 그만큼 유방보존수술이 가능한 환자도 늘었기 때문. 전체 유방암 환자의 60%를 차지하는 30, 40대의 유방암 환자는 대부분 유방 보존을 원한다.

○ 수술 후 방사선치료로 미세한 암 없애

수술 뒤 인공보형물을 삽입해 유방의 변형을 줄이고 유방의 모양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다양한 위치와 모양의 암을 절제하는 수술 기술이 발달했다.

또 예전엔 겨드랑이 림프절을 대부분 없애 심한 림프부종과 어깨의 운동장애가 발생해 생활이 불편했지만 최근엔 수술 전 방사성동위원소나 염색약을 이용해 문제가 있는 부위만 제거한다.

항암제도 유방보존수술에 한몫한다. 항암제를 미리 투여해 암 크기를 줄여 유방 전체를 절제해야 했던 환자에게 유방 보존수술이 가능해진 것이다.

김이수 한림대성심병원 유방-내분비암센터 교수는 최근 유방을 모두 없애야 했던 유방암 2, 3기 환자 37명에게 수술 전 항암제를 먼저 투여해 암의 크기를 4분의 1가량 줄인 뒤 8명(21.6%)에게 유방보존수술을 해 국내 학회에 발표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항암치료는 유방암환자의 치료에서 수술처럼 중요하다”면서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수술 전에 항암제 치료를 먼저 시행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한편 유방보존수술 뒤엔 6, 7주간 혹시 남아있을 수 있는 미세한 암을 없애기 위해 방사선치료를 받는다. 또 재발 여부를 1년에 두 차례 이상 정기적으로 검사한다. 10년 내에 유방에서 암이 재발하는 경우는 5∼10%. 이때 다시 유방보존수술을 하기도 한다.

○ 20세 이상 여성은 매달 자가진단을


유방암 환자의 약 75%가 혹이 만져져서 병원을 찾아온다. 혹이 손에 만져지려면 암의 크기가 1cm 정도 자란 상태. 이렇게 혹이 커지려면 암세포가 무려 10억 개 이상으로, 보통 3∼8년이 지나야 한다. 일단 혹이 만져지는 경우에는 빨리 유방전문가를 찾아가 유방암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유방암의 5년 생존율을 보면 1기인 경우 98.4% 정도로 수술만으로도 거의 완치가 가능하며 2기는 91.6%, 3기는 69.7%, 4기는 30.2%였다.

간혹 유두에 핏빛의 분비물이 나와 조직검사를 해서 암이 발견되기도 한다. 암이 진행되면 피부나 유두가 함몰되고 겨드랑이 림프절로 암세포가 전이돼 손으로 만져지기도 한다. 유방암이 많이 진행되면 피부가 벌겋게 붓고 염증이 생기거나 피부에 궤양을 일으키고 고름이 나오기도 한다.

20세 이상 여성은 매달 자가 진찰을 해서 이상한 혹이나 증상이 있는지 확인해 본다. 생리가 끝난 직후 본인이 유방을 만져 자가진단을 하면 조기발견에 도움이 된다. 30세 이후에는 매년 전문의에게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고 X선 촬영이나 초음파검사를 시행한다.

40세 이후에는 매년 두 가지 검사를 함께 받는다. 여성호르몬치료를 받는 사람은 나이에 상관없이 매년 검사를 받아야 한다. 평소 식생활에서는 식이성 섬유, 녹황색 채소 등 섬유질이 많은 야채 및 과일을 섭취하고, 육식을 절제하고,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식물성 음식 및 어류를 많이 먹고 물을 많이 마시도록 한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유방암이 생기면 나타나는 증상

○ 유방에 통증이 없는 딱딱한 멍울이 만져진다.

○ 유방에 생리주기와 관련 없는 통증이 있다.

○ 유두에서 노란색과 짙은 갈색 또는 핏빛의 분비물이 나온다.

○ 유방의 피부나 유두가 유방 속으로 끌려 들어간다.

○ 멍울은 만져지지 않으면서 피부가 발갛게 염증이 생긴 것처럼 보인다.

○ 유방피부의 부종으로 마치 피부가 오렌지 껍질처럼 보인다.

○ 겨드랑이에서 림프절이 커진 것이 만져진다.

○ 유방의 모양이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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