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집중분석]포미닛, 비스트도 “아버지”라 부르는 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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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9일 14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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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My Best 아버지"

최근 가수로 데뷔한 지나(G.NA)는 데뷔 앨범을 받자마자 소속사인 큐브엔터테인먼트(이하 큐브) 홍승성(46) 대표 앞으로 감사의 편지를 썼다. 그는 편지의 첫 문장에서 홍 대표를 '아버지'라고 썼다. 큐브에 소속된 그룹 포미닛 비스트도 마찬가지다. 통상 연예인들은 소속사 대표를 '사장님'이라 부르지만 이들은 주저 없이 아버지라 부른다.
큐브엔터테인먼트 홍승성 대표는 "아이들에게 대표처럼 안보이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40대 중반의 나이에도 스니커즈에 청바지 차림이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큐브엔터테인먼트 홍승성 대표는 "아이들에게 대표처럼 안보이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40대 중반의 나이에도 스니커즈에 청바지 차림이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홍 대표는 어떻게 열두 명의 자식을 얻었을까. 최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큐브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어느 날부터 아이들이 아버지라고 불렀어요. 흔한 일은 아니라 저도 신기했는데, 서로 마음을 터놓고 지내기 때문에 가능한 일 아닐까요. 저 스스로 아버지같은 역할을 하려고 하는데 그걸 아이들이 느껴준 것 같아요."

▶ "'2등' 아이들 1등으로 만드는 감동은 수천 배"

-큐브가 언제 설립됐나요.
"2008년 초에 설립했으니 햇수로 3년째네요."

-3년 간 포미닛, 비스트, 지나 등을 데뷔시키셨어요. 성장 속도가 빠른 편인데요.
"20년 노하우가 있으니 빠를 수밖에 없죠. 하하하"

홍 대표는 한 음반사에서 10년간 일하다 가수 겸 프로듀서 박진영을 만나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에 대표로 합류해 비 원더걸스 2PM 2AM 등을 발굴했다.

-JYP에서 독립하게 된 이유가 있으신가요?
"박진영이라는 뛰어난 친구와 일했지만 내가 생각하는 음악, 내가 펼쳐야할 미래가 있었어요. 아이들과의 관계 등에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것 같았고요. JYP의 오너는 박진영이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모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10년간 몸 담다보니 긴장이 느슨해지기도 했고요. 새로운 동기가 필요했습니다. 내가 키운 연습생들은 책임져야한다는 철칙이 있었는데 마침 2PM 2AM이 성공적으로 데뷔해 100%는 아니어도 70, 80%는 책임졌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시기가 잘 맞아떨어진 것 같습니다."

-포미닛, 비스트, 지나를 연달아 인기스타로 만드셨어요. 모두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던데요.
"포미닛 현아는 원더걸스 출신이고 지나는 데뷔 직전 불발된 '오소녀'라는 그룹의 리더였죠. 비스트의 기광이는 솔로로 활동한 적이 있고 현승이는 빅뱅 최종 멤버에서 탈락된 친구에요. 두준이는 2PM 2AM 멤버 선발과정에서 탈락됐고요. '2등' 꼬리표가 붙은 아이들이죠. 그런 아이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고 책임감이 느껴져요. 물론 모자라는 부분도 있겠고 탈락이유도 있을 테죠. 그러나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그쪽에서 싫다고 해도 이쪽에서는 잘 맞을 수 있잖아요. 또 20년 넘게 연예계에 몸 담다보니 실력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열정이 중요해요. 아픔을 겪은 아이들은 미래에 대한 각오도 다르고 이미 힘든 일을 겪었기 때문에 어떤 일이 닥쳐도 버텨내는 힘이 강하죠. 좀 더 탄탄하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일부러 '2등'을 모으셨나요?

"그렇죠. 물론 기획사를 처음 설립하면서 좋은 인재를 선발하는 것이 힘들어 전략적으로 모은 것도 있는데요, 그게 다는 아닙니다. 2등 아이들이 1등으로 올라섰을 때 감동은 수천 배 더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이 아이들이 1등을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도 있었고요. 실제 2등 아이들은 자기관리에 철저합니다. 자기관리를 못하는 가수는 있을 수 있지만 자기관리 못하는 아티스트는 없거든요. 자기관리를 못하면 한계가 있습니다."
홍승성 대표가 '교육효과가 가장 뛰어났던 멤버'로 꼽은 비스트의 장현승(왼쪽)과 이기광.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홍승성 대표가 '교육효과가 가장 뛰어났던 멤버'로 꼽은 비스트의 장현승(왼쪽)과 이기광.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2등' 연습생들은 직접 찾아온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홍 대표가 찾아냈다. 장현승과 지나가 대표적. "현승이는 케이블채널의 프로그램을 통해 빅뱅 멤버에서 탈락하는 과정이 모두 공개된 터라 상처를 크게 받았죠. 그래서 많이 방황하고 있었는데 직접 만나 다독이고 설득에 설득을 거쳐 합류시켰죠. 지나도 오소녀 데뷔가 불발되고 JYP에서도 긴 시간 연습생으로 있었던 터라 부모님 계신 캐나다로 돌아가려고 했어요. 지나 부모님, 지나 앉혀놓고 마지막 기회니 다시 한 번만 해보자고 설득했죠."

그렇다고 모든 '2등'에게 기회가 다시 주어지는 것은 아닐 터. 홍 대표는 "그저 내 주위에 있던 아이들일 뿐"이라며 특별한 선발 기준은 없다고 밝혔다. "인연이 있었다거나 소개받은 아이들에게 책임감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하하하"

▶ "기본 갖추지 않은 스타는 대중을 이끌 수 없다"

-이미 다른 소속사에서 연습생 시절을 거친 아이들이니 금방 데뷔할 수 있었겠네요.
"당장 내놔도 빠지지 않을 정도의 아이들이에요. 그래도 생각보다 데뷔가 늦어졌는데, 각자 다른 곳에서 지내던 아이들을 모았더니 쉽게 어울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각자 아픔이 있다보니 추스르는데 시간이 걸리더군요. 어울리고 단합하기까지 1년은 걸린 것 같아요. 우리가 과연 데뷔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을 떨치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홍 대표는 "그래서 심리 상담을 도입했다"고 덧붙였다.

"마음 추스르는 법, 스트레스 해소법 등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겠다 싶으면 특강을 마련합니다. 개인적으로 심리 치료도 시키고요. 가수가 되겠다고 모인 아이들이지만 막상 데뷔한 뒤에는 180도 변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우울증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것도 교육을 통해 미리 대비하고 있죠. 데뷔 시키고도 교육은 계속 합니다. 공인으로 행동하는 법 등 각자 처한 상황에 맞춰 커리큘럼을 바꿔가며 교육시키죠. 또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인성교육, 성교육, 봉사활동도 실시합니다."

-인성교육 성교육을 강조하는 이유가 있나요?
"아이돌그룹 멤버들의 나이가 낮아지고 있어요. 자칫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어린 시절에는 습득력이 좋아서 기획사가 부모의 역할만 잘 해 준다면 올바르게 자랄 수 있습니다. 부모님이 어린 아이들을 맡긴 만큼 연예인으로 키우는 동시에 사람으로 키워야 하는 거죠. 그래서 예의바른 아이로 키우려고 노력합니다. 데뷔하고 난 뒤에도 아무리 바빠도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자리에 들기 전에 부모님께 전화하는 것은 기본으로 가르쳐요. 또 미성년자이다보니 성교육도 빠질 수 없는 거죠. 어릴 때 해서는 안 되는 부분, 왜 해서는 안 되는지 등을 가르치고 혹시나 '선을 넘었을 때' 대처법 등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기획사에서 봉사 활동까지 시키는 건 의외인데요.
"연습생 시절부터 봉사를 몸에 익히게 하는 거죠. 마음에서 우러나와 봉사하게 하려면 우선 습관이 되어야 하니까요. 지금은 동네 청소를 시키거나 병원 같은 곳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데 이런 것들이 습관화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길거리에 떨어진 쓰레기도 주울 수 있지 않겠나 싶어요. 최종 바람은 아이들이 스타가 되고 나서 돈을 많이 벌게 되면 사회에 환원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에요. 대중의 사랑으로 돈을 번만큼 일부라도 돌려줄 수 있게 하고 싶은 거죠."

-교육이 효과는 있나요?
"처음과 비교하면 분명 많이 바뀌어요. 아무래도 어리니까요."

교육 효과가 가장 컸던 멤버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홍 대표가 잠시 망설였다. "전반적으로 좋아지는데요"라며 웃더니 비스트의 이기광과 장현승을 꼽았다. "힘들었던 시기가 길거나 컸던 아이일수록 효과가 큰 것 같다"는 설명이 덧붙었다.

-만약 실력은 충분한데 인성이 부족하다면요?
"충분히 교육시키고 기회를 준 다음에도 인성이 부족하다면 걸러냅니다. 그래서 탈락된 아이들이 다른 기획사를 찾아가 데뷔한 경우도 몇몇 있어요. 인성이 안된다면 언젠가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봅니다.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데뷔시키지 않는 것이 맞죠. 우리 아이들은 어떤 자리에 올라가도 건방지거나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기본을 갖추지 않은 스타는 대중을 끌고 갈 수 없습니다. 내 말 한 마디에 수십만 팬들이 움직일 수도 있는데 책임감을 가져야죠."

▶ "아티스트, 부모, 팬들과의 신뢰는 소통에서 시작"

-큐브는 한달에 한 번 연습생 부모님들 대상으로 설명회를 가진다고 알고 있습니다.
"회사-아티스트-부모 간의 신뢰가 없으면 문제가 생깁니다. 소통이 되지 않으면 가수 입장에서는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죠. 부모는 불안할 테고요. 그래서 회사에 관한한 모든 것을 공개합니다. 아이들이 어떤 교육을 받고 있는지, 어떻게 연습하고 있는지, 음반 제작비로 얼마를 썼는지, 무대 의상비 등 모든 것을 알려주죠. 어떤 프로그램에 출연시킬 때는 왜 출연하는지도 설명합니다. 그러면 힘든 스케줄도 참고 잘 따라줍니다."

-팬들 사이에서 '홍큐브'라고 불리시던데요. 일부 팬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이렇게 많이 반영해주는 기획사는 처음 봤다고 좋아합니다.
"대중들의 수준이 높아졌고 판단력도 정확하죠. 그 곳에 정답이 있을 때가 많아요. 사실 팬들은 가수가 어떤 일을 해도 믿고, 회사가 어떤 일을 해도 믿지 않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팬들에게 알려주려고 해요. 사실 회사 입장에서 팬덤은 큰 힘입니다. 당연히 매일 팬들 반응을 살피고 팬들과 이야기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실제 팬들의 의견이 반영되기도 하나요?
"그렇죠. 특히 컴백하면 팬들 의견을 많이 모니터링합니다. 활동 중에 갑자기 헤어스타일이 바뀌었다거나 의상 컨셉트, 퍼포먼스가 달라진다면 팬들의 의견을 반영한 거예요. 하하하. 제 판단이 언제나 100% 맞는 것은 아니니 많이 수용하려고 합니다."

현재 큐브에는 28명의 연습생이 있다. 제 아무리 2등을 1등으로 만드는 '마이더스의 손'이라고 해도 28명 모두를 데뷔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홍 대표도 부정하지 않았다. 그가 선택한 대안은 "빨리 판단하는 것"이다.

"우선 낙오되는 아이들을 줄이려고 합니다. 또 낙오되더라도 상처를 덜 받게 하려고 합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재능이 없는 아이들을 데뷔시킬 수도 없으니 빨리 판단해 서로 상처를 최소화하는 것이죠. 긴 시간 연습해 다른 길도 갈 수 없게 만들면 안 되잖아요. 1년 안에는 판단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매달 평가를 하고 결과를 가지고 부모님 아이들과 상의하죠. 한번에 통고하면 상처를 받을 수 있으니 매달 평가하고 결과 알려주면서 기회를 주고 생각할 시간을 주죠. 같이 이야기하고 단계를 밟는다면 아이들이 덜 상처받지 않을까요."

김아연 기자 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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