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위 10위권大 누가 가나]서울대 합격자 수와 우수학생 수, 비례않는 곳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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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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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에 사는 회사원 A 씨는 올해 초 자녀의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양천구 목동으로 이사를 가려고 했다. 아들은 반대했다. 익숙한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게 좋았기 때문이다. A 씨는 초등학교 4학년인 둘째 아이가 중학교에 진학하는 3년 뒤를 기약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A 씨는 최근 한 학원 입시설명회에서 서울시내 자치구별 진학 실적을 듣고 난 뒤 마음을 바꿨다.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는 전교 20등 안에 들어야 서울 시내 주요 대학에 진학할 수 있지만 목동에서는 50등권에만 들어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A 씨는 당장 올 여름방학에 이사하기로 하고 아파트를 알아보는 중이다. 집값이 많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강북 아파트를 팔아 목동에 새 집을 사기는 부담스럽다. 그래도 A 씨의 믿음은 확고하다.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려면 강남은 못 돼도 목동에는 꼭 입성하고 말 테다.’

○ 서울대 진학-2등급 학생수 제각각

서울 휘문고는 ‘강남구의 특목고’로 불린다. 최초 합격자 기준으로 2006∼2010학년도 서울대 합격자는 95명. 성동구 금천구를 비롯해 서울지역 11개 자치구에 있는 고교 전체에서 같은 기간 배출한 서울대 합격자보다 많다.

하지만 2일 동아일보에서 분석한 201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언어 수리 외국어 등 3개 영역 평균 2등급 이내 학생은 휘문고가 강남구 최고는 아니었다. 휘문고 재학생 중 평균 2등급을 받은 학생은 95명으로 숙명여고(118명) 은광여고(108명) 다음이다. 휘문고는 재학생 응시자 중 17.5%가 평균 2등급을 받아 강남구에 있는 고교 16곳 중 중간 수준에 머물렀다. 임성호 ㈜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명문대 진학생 수만으로 학교 교육 품질을 단정 지을 수 없는 이유를 보여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은 평준화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광역시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6개 광역시 중에서 대구만 서울대를 가장 많이 보낸 학교(경신고)가 평균 2등급 학생도 가장 많이 배출했다. 울산도 우신고가 평균 2등급 학생과 서울대 합격자가 가장 많았지만 서울대 합격자가 같은 나머지 5개 학교는 평균 2등급 학생 수가 제각각이었다.

○ 교육 특구 따라 학생 대이동

상대적으로 평준화 지역이 적은 9개 도(道) 지역은 그렇지 않았다. 전북과 제주만 서울대 최다 합격자 고교와 2등급 배출 최다 고교가 달랐다. 임 이사는 “우수 학생이 일찍부터 입시 명문고를 찾아 진학한 결과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명문고’ 조사 결과를 보면 분명하다. 일반계고 중에서 재학생 응시자 대비 2등급 학생 비율이 가장 높은 학교는 공주 한일고(110명·69.2%)였다. 2위는 같은 지역 공주대사범대부설고(97명·53.3%)로 두 학교는 전국에서 신입생을 선발한다. 3위를 차지한 경기 광명시의 진성고(188명·50.5%) 역시 자체 선발권을 갖고 있다. 올해부터 자율형사립고로 전환한 5위 안산 동산고(259명·38.3%), 6위 경남 거창고(38명·31.1%)도 마찬가지다.

서울과 광역시에서는 ‘학군 간 이동 현상’에 따른 부동산값 변화가 나타난다. 6대 대도시 중에서 평균 2등급 학생 비율이 가장 높은 5개 자치구는 평균부동산 가격도 가장 높다. 비율이 낮은 5개구는 부동산 가격이 최하위였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국토해양부에서 제출받은 2008년 공통주택 3.3m²당 평균 가격과 비교한 결과다.

○ 해 갈수록 격차 더 벌어져

학생들이 우수 학교 소재 시군구로 진학하는 현상은 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2006학년도에 시군구별 2등급 학생 비율 최고치는 14.2%(충남 공주시)였다. 2010학년도에는 21.8%(전남 장성군)였다.

자연스레 평균 2등급 안에 들 수 있는 전교 평균 석차도 변했다. 2006학년도를 보면 대구 수성구는 49등 안에 들어야 평균 2등급이 될 수 있었지만 지난해에는 62등만 해도 가능해졌다. 서울 강남구도 2006학년도에서는 49등 안에 들어야 평균 2등급 안에 들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78등으로 수성구보다 ‘하한선’이 더 내려갔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 소속 권영진 의원(한나라당)은 “일부 지역 학생들이 좋은 대학을 가게 되고 부모가 잘살아야만 이런 지역에 갈 수 있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며 “학력 격차가 부의 세습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도록 교육 소외 지역에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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