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푸는 한방 보따리]‘우황청심환-공진단, 중년의 高山여행 동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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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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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서 벗어나 여행지에서 삶의 여유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특히 자연의 신비를 간직한 오지를 탐험하고 독특한 문화를 체험하는 여행이 유행이다. 이런 유행을 주도하는 연령층은 50대 이후의 이른바 성공한 사람들인 ‘꽃중년’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티베트의 사원과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출발할 때의 설렘과 여행의 즐거움도 잠시. 여행지에서의 시차적응과 귀국한 뒤의 여행후유증이 찾아온다. 나무를 옮겨 심으면 한동안 시름시름 앓듯 사람도 그렇다. 건강한 비행기 조종사도 한 방향으로 운항했을 때보다 동서로 왔다 갔다 했을 때의 피로도와 발병률이 훨씬 높다고 한다. 중년이 넘은 여행객의 후유증은 이보다 더 깊을 수 있다.

지난해 이맘때 티베트를 여행할 때였다. 여행 중 가장 큰 고통은 고소증이었다. 일반적인 적응방법은 이뇨제 복용과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다. 고도차를 극복해볼 요량으로 원기를 공급하는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과 이뇨작용을 하는 오령산(五(령,영)散)을 복용했다. 그러나 고소증 앞에서 약효가 떨어졌다.

5000m의 렌첸캉 산의 카롤라 고개 정상에서 만년설이 흘러내리는 폭포에 다가가는데 두통 구역질 무기력증이 느껴졌다. 같이 여행하던 동료들이 침을 놓고 응급처치를 하면서 우황청심환과 공진단(供辰丹)을 먹으니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고도를 낮추기 전까지는 완전히 회복이 되지 않았다. 해발고도가 5000m 되면 평지에 비해 산소가 50% 준다는 사실을 망각한 결과였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길을 떠난 것이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소증 예방에는 천천히 움직이면서 서서히 고도를 높이며 적응해 가야 한다. 또 체온을 유지하면서 부지런히 움직이고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 고소증 초기 증상에 효과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뇨제, 타이레놀, 아스피린 외에도 우황청심환과 공진단과 같은 한약을 복용하면 현지적응에 도움이 된다.

여행 후 시차적응을 위해서는 여행지나 출발지에서 기(氣)와 혈(血)을 함께 보하는 십전대보탕(十全大補湯)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

병이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평소에 취약점이 씨앗처럼 몸에 들어 있다가 안팎의 조건에 적응하지 못해 몸이 약해지면 병으로 도지는 것이다. 일상에서 벗어나는 즐거움을 통해 새로운 자아를 찾고자 하는 우아한 중년이 늘고 있지만 50대 이후에는 건강을 너무 과신해선 안 된다. 여행지에서도 일상생활과 마찬가지로 안정과 조화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수석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인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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