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먹이고… 타수 속이고… 140억원대 사기골프

동아일보 입력 2010-07-23 03:00수정 2010-07-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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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력가 상대 사기도박까지… 일당 21명 기소-21명 수배 중소 건설업체 대표 강모 씨(48)는 지난해 2월 제주도로 1박 2일간 골프여행을 떠났다. 10년 가까이 함께 운동을 한 손모 씨(64) 등 지인들이 동행했다. 제주도 모 골프장에 도착한 일행은 평소처럼 일명 ‘핸디치기’로 경기를 시작했다. 9홀을 1게임으로 정한 뒤 실력에 따라 정해진 타수를 못 치면 벌금을 내는 방식. 게임마다 1억∼2억 원의 벌금이 정해졌다. 평소 70대 후반을 치는 강 씨는 이날 대부분의 게임에서 90타를 훌쩍 넘겼다. 이날 하루 강 씨가 낸 벌금은 7억 원. 다음 날에는 6억 원을 날렸다.

강 씨는 유달리 나빴던 컨디션 탓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저조한 컨디션의 이유는 따로 있었다. 경기 전 마신 음료수가 문제였다. 일행이 건넨 음료수에는 향정신성의약품인 로라제팜이 들어있었다. 로라제팜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긴장과 불안감을 감소시켜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수면을 유도하는 전문의약품이다.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석모 씨(61)는 올 1월 평소 알고 지내던 이모 씨(55)와 필리핀행 비행기에 올랐다. 마닐라의 한 골프장에서 석 씨는 이 씨를 통해 합류한 일행 2명과 함께 내기골프를 쳤다. 2명씩 팀을 이뤄 타수를 겨루는 방식이었다. 첫 게임에 걸린 돈은 1인당 1억 원. 게임이 거듭되면서 이 돈은 10억 원, 20억 원으로 늘어났다. 석 씨는 프로골퍼 뺨치는 실력을 갖춘 이 씨와 같은 팀이 돼 승리를 낙관했다. 그러나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이 씨는 OB를 남발했다. 결국 두 사람은 게임마다 패했다. 급기야 석 씨는 50억 원의 차용증을 쓰고 4억2000만 원을 실제로 건넸다. 이 씨 일행이 서로 짜고 친 사기골프에 석 씨가 당한 것이다.

재력가들을 상대로 타수를 속이거나 마약을 먹이는 수법으로 내기골프를 쳐 거액을 가로챈 사기골프 조직이 검찰에 적발됐다. 수원지검 강력부(부장 김영문)는 22일 사기골프로 140억여 원을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로 손 씨 등 11명을 구속 기소하고 10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한편 달아난 이 씨 등 21명을 지명수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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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04년 7월부터 올 3월까지 재력가 15명을 상대로 사기골프를 치거나 해외 사설카지노에서 사기도박을 벌여 약 140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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