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레일로 방방곡곡 ‘내일로’ 열차여행

동아일보 입력 2010-07-23 03:00수정 2010-07-23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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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레일, 7일짜리 열차 프리패스 상품 인기몰이
올여름은 청춘의 특권인 튼튼한 두 다리와 지치지 않는 체력을 믿고 열차여행에 나서보는 것은 어떨까. 비싼 해외여행에서는 얻기 힘든 소중한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사진 제공 코레일관광개발
《방학을 맞아 유럽으로 미주로 배낭여행객들이 쏟아져 나간다. 견문을 넓히고 더 큰 세상을 품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주머니가 가벼운 청춘에게는 수백만 원을 훌쩍 뛰어넘는 해외여행 경비 마련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빡빡한 가계부에 한숨짓는 부모님에게 손을 내밀기보다 청춘의 특권인 튼튼한 두 다리와 체력을 믿는다면 올여름은 기차를 이용한 배낭이 여행은 어떨까? 최근 청소년과 대학생들에게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의 7일짜리 열차 프리패스인 ‘내일로’를 활용한 기차여행이 인기를 끌고 있다.》
○ 청춘의 특권, 내일로 패스


내일로는 내국인을 상대로 한 유일한 열차 프리패스다. 유럽을 여행할 때 유레일 패스 등을 이용해 봤다면 한국판 유레일 패스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2007년 여름부터 판매를 시작한 내일로 티켓의 매력은 5만47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KTX를 제외한) 새마을호, 누리로, 무궁화호와 통근열차의 자유석과 입석을 7일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26세 이하(1984년 이후 출생자로 티켓 사용일 기준으로 생일이 안 지난 사람)만 이용할 수 있지만 중고교생은 물론이고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인기가 높아 하루에 1200장씩만 한정판매하고 있다. 한번 내일로 여행을 해 보면 그 매력에 반해 다음 시즌에도 티켓을 구입할 수밖에 없어서 애용자들 사이에서는 ‘마약티켓’으로 통한다.

2007년 여름 티켓 발매 이후 사용자도 급증하는 추세다. 2008년 여름 시즌은 1만3000여 장, 2009년 여름 시즌은 2만4000여 장이 팔렸고 최초로 겨울 시즌 티켓을 판매해 무려 1만6000여 장이 팔렸다. 올여름에는 내일로 티켓을 구입하면 1회에 한해 KTX 열차표 5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 플러스 혜택 꼼꼼히 챙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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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탬프 수집은 열차여행만의 재미다. 미리 수첩을 준비하면 하차한 역마다 다양한 디자인의 스탬프를 찍을 수 있다. 전문적으로 기차역 스탬프를 수집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다. 사진 제공 이승윤 씨
올해 여름시즌 티켓은 6월 18일부터 8월 31일까지 이용할 수 있다. 이제 이용할 수 있는 기간이 한 달 정도 남은 셈. 티켓 구입은 여행 시작일 5일 전부터 주민번호가 적힌 신분증만 있으면 전국 철도역에서 구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덜컥 집에서 가까운 역에서 티켓을 사는 것은 초보나 하는 일이다. 코레일의 각 지역본부와 각 역은 자신들에게서 티켓을 구입하면 무료숙박은 물론이고 샤워실, 찜질방 이용권, 침대열차 제공 등 다양한 ‘플러스’ 혜택을 제공한다. 국내 최대 철도 동호회인 ‘바이트레인(www.kicha.org)’은 각 역에서 제공하는 플러스 서비스를 역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정보를 구할 수 있어 티켓 구입에 앞서 필수적으로 순례할 코스다. 마음에 드는 플러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을 찾았다면 전화로 문의해 상세한 설명을 들은 뒤 구입을 하면 된다. 티켓은 주소지로 우편배송을 해 준다.

티켓을 구입했다면 이제 세부 일정을 고민할 차례다. 코레일에서 운영하는 ‘내일로 티켓을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korail.com/railro/2009/railro05000/w_railro05101.jsp)’에 올라있는 가이드북을 내려받는 것은 필수다. 주요역과 소요시간, 인근의 볼거리 정보와 교통정보는 물론이고 각 역장이 추천하는 맛집 정보 등이 90쪽 가까이 수록돼 있다. 이곳에서는 열차여행의 필수품인 열차시간표도 내려받을 수 있다.

○ 테마가 있는 여행코스 설계를

내일로 티켓을 알차게 활용하려면 자주 열차를 갈아탈 수밖에 없는데 바이트레인에서 자체 제작한 열차시간표(www.trais.org/05-css)는 환승에 최적화돼 있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출발역과 종착역을 입력해야 시간표를 검색할 수 있는 여타 인터넷상의 열차시간표와 달리 특정 역 이름만 입력하면 이 역을 거치는 모든 열차의 시간표를 찾아준다는 점이 강점이다. 검색된 열차번호를 클릭하면 해당 열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환승 가능한 열차 정보까지 제공해 준다. 스마트폰 등에 주소를 저장해 놓고 여행 도중에 수시로 확인하면 유용하다.

코레일에 따르면 내일로 동호인들이 가장 애호하는 여행 코스는 청량리-안동-부산-경주-순천-여수-보성을 거쳐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코스다. 안동 하회마을에선 전통 한옥을 호젓하게 거니는 여유를, 부산에선 해변에 작열하는 태양과 부서지는 파도를, 경주에선 다시 가보는 수학여행의 추억을, 순천과 여수에선 남도의 맛을, 보성에선 녹차 한잔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집이 수도권이 아니라면 서울을 주요 여정에 놓는 코스도 짜봄 직하다. 광주-영주-강릉-남춘천-서울-임진강-목포 코스가 대표적이다. 담양 소쇄원에서 계곡의 맑은 기운을 느끼고, 영주 부석사에서는 무량수전 앞에서 소백산맥의 절경을 감상하고, 춘천 소양호에서는 당나라 공주가 목욕을 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구성폭포를 둘러봐도 좋다.

간이역을 순례하는 여행 코스를 짜 보는 것도 좋다. 역명에 최초로 사람 이름을 사용했다는 경춘선 ‘김유정역’이나 연인들이 사랑을 맹세하는 자물쇠를 걸 수 있는 영동선 ‘승부역’, 영화 ‘꽃피는 봄이 오면’의 무대가 된 영동선 ‘도계역’을 방문하는 것은 내일로 티켓 이용자들이 누릴 수 있는 쏠쏠한 재미다. 미리 수첩을 준비했다가 하차하는 역마다 스탬프를 받아놓으면 두고두고 추억거리가 된다.


■ ‘내일로’ 고수들의 조언

밤에 졸다보면 정차역 깜빡하기도
평일에는 1호차 끝좌석 빌 때 많아


내일로 티켓은 매시즌 티켓 발매 시작일을 손꼽아 기다리는 마니아들을 적잖이 거느리고 있다. 한 시즌에 한 번도 부족해 두세 번씩 티켓을 구입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다. 고수들에게 내일로 초보 여행자들이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알아두면 유용할 정보를 청했다.

내일로 고수들은 야간에 열차에서 수면을 취하는 것은 가급적 피하라고 입을 모은다. 내일로 초보들은 숙박비도 아끼고 티켓을 최대한 많이 활용하기 위해 야간 열차에서 잠을 청하는 ‘무박’으로 일정을 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금물이다. 2007년부터 올여름까지 5시즌 연속 내일로 티켓으로 여행을 하고 있는 이준찬 씨(21)는 “이틀 이상 무박을 하면 열차에서 졸게 돼 정작 하차할 역을 지나칠 위험이 높아진다”며 “이렇게 되면 전체 여행일정이 꼬일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부득이 열차에서 부족한 잠을 청하게 될 경우를 대비해 미리 안대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심야 열차라도 객차의 실내 전등은 계속 켜져 있기 때문에 안대를 활용하면 짧은 시간에도 숙면을 취할 수 있다.

내일로 티켓은 7일 동안 무제한 열차 이용이 가능하므로 여정 중간인 3일째나 4일째쯤 집에 잠시 들르는 일정을 짜서 샤워나 숙면 등을 하며 휴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지친 체력을 빠르게 회복해 남은 일정을 알차게 보낼 수 있을뿐더러 갈아입을 옷 등 여행에 가져갈 짐을 절반 정도로 줄일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자유석 외에는 입석밖에 이용할 수 없는 내일로 티켓의 특성상 발권이 되지 않은 빈 좌석을 확보하는 요령도 알아두면 요긴하다. 지난해 여름과 겨울, 올여름 등 3시즌에 걸쳐 내일로 티켓을 이용하고 있는 이승윤 씨(20)는 “보통 열차의 좌석은 2호차부터 발권을 시작해 1호차로 끝날 때가 많다”며 “특히 평일에는 1호차 등 맨끝 객차의 좌석은 발권이 안 된 채로 비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를 잘 활용하면 좀 더 편하게 여행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음이 맞는 동행을 구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다. 여행의 지루함을 줄여주고 여행지에서 겪을 수 있는 불의의 사고 위험성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내일로 티켓을 활용할 때 가장 이상적인 여행 동무는 3, 4명 정도다. 하차역에서 인근 관광지로 이동할 때 요금을 분담하면 버스보다 저렴하게 택시를 이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 낯선 이를 여행 동무로 청할 때는 주의해야 한다.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하지 않고 ‘일단 같이 가자’고 하는 사람이나 숙박지 예약 등에 필요하다며 송금부터 요구하는 사람은 가급적 피하는 편이 좋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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