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인]나로호 발사 서둘지 말아야

  • 입력 2009년 8월 22일 02시 58분


나로호 개발은 한국 땅에서 한국의 발사체로 한국의 위성을 우주로 발사한다는 취지 아래 국가적 사업으로 진행해 왔다. 그동안 한국의 우주기술은 여러 분야에서 괄목할 발전을 이루어 왔으나 우주개발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는 여전히 크다. 나로호는 1단과 2단으로 구분되는데, 1단인 액체추진 로켓은 러시아에서 개발해 들여왔으며 2단 로켓은 순수 한국 기술로 개발했다.

1단 로켓에는 연료인 케로신과 산화제인 액체산소가 들어 있는데, 액체산소는 섭씨 영하 190도의 극저온을 유지해야 하고 밸브를 작동시키는 헬륨가스는 400기압의 초고압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이렇듯 액체추진 로켓은 하루아침에 기술을 습득하기 쉽지 않은 최첨단 기술이다.

19일 발사가 예정됐던 나로호는 헬륨고압탱크의 압력측정 소프트웨어 오류로 발사 중지됐다. 한-러 비행시험위원회가 발사중지 원인을 분석한 결과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오류로 파악됐다고 한다. 우주발사체를 성공적으로 발사하기 위해서는 극한환경을 극복하는 하드웨어 기술과 수많은 부품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작동하게 하는 통합(integration) 기술이 필요하다. 하드웨어와 그것의 작동을 제어하고 자동 점검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의 성공적인 결합만이 발사 성공을 약속할 수 있다.

한국은 액체로켓 개발 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 1단 로켓의 개발을 위해 우주개발 선진국인 러시아와의 협력은 불가피했다고 본다. 실제로 발사체 기술은 우주개발 선진국으로부터의 기술이전이 극도로 금지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평화적인 사용을 위한 발사체의 개발을 지원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할 때다. 발사가 여러 차례 연기된 것은 1단 액체로켓 개발과 소프트웨어의 개발 과정에 우리가 적극적으로 공동 참여할 여지가 매우 좁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차례의 발사연기 과정을 보면서 너무 조급하게 일정에만 얽매여 발사 진행을 서두르지 않았는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또 국민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우주기술 개발부서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교육과학기술부를 지원하고 격려해 주기 바란다. 한 국가에서 발사체의 성공적인 개발을 위해서는 국가적인 지원이 절대로 필요하다. 2007년 압둘 칼람 당시 인도 대통령이 한국에 온 적이 있다. 로켓의 개발책임을 맡았던 과학자 출신인 칼람 전 대통령은 한국 연구원들에게 자신의 과거 경험담을 들려줬다. 그가 인도의 첫 로켓발사에 실패한 뒤 짐을 싸고 있는 도중 당시 인도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 왔다. 성공할 때까지 흔들림 없이 일을 맡아달라는 내용이었다. 이 말에 힘을 얻어 그는 계속해서 개발에 매진했고 결국 발사체를 개발하는 데 역할을 다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일본도 여러 차례의 실패를 바탕으로 지금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발사체 기술을 보유한 나라가 됐다.

앞으로 한국의 성공적인 발사체 개발과 우주개발을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장기적인 투자에 나서고, 이를 통해 기술력을 착실히 쌓아가야 한다. 발사체 개발 담당자들은 여러 차례 발사 연기에 따른 부담과 고충이 매우 많을 것이다. 2002년부터 개발해 온 발사체가 몇 차례 발사 연기됐다고 해서 책임을 묻는 것은 옳지 않다. 개발프로젝트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연구원들의 노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현 시점에서 우리가 할 일이 아니다. 발사체 개발 부서에서 그동안 묵묵히 일해 온 연구원들을 격려해야 한다. 결과에만 집착해서는 안 된다. 발사 성공에만 얽매이지 말고 개발과정을 철저히 준비하고 점검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국민의 격려가 필요한 때다.

이인 KAIST 교수·항공우주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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