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카페]해외서 死線 넘나드는 광물자원公 직원들

  • 입력 2009년 6월 20일 02시 59분


한국광물자원공사 탐사3팀의 김승현 사원은 지난해 4월 입사 뒤 첫 출장에서 아찔한 경험을 했습니다. 필리핀 팔라완의 한 섬으로 출장을 갔다가 현지 광업권자의 착각으로 들어가야 했던 광구가 아닌, 다른 사람 소유의 광구로 잘못 들어갔다고 하네요. 시험 분석을 위한 광물 시료를 채취하고 있을 때 들이닥친 현지인들은 총을 들이대며 김 씨의 카메라와 지질조사용 해머 등을 가져갔다고 합니다.

광물자원공사의 직원 상당수는 이 같은 ‘무용담’을 하나씩 갖고 있습니다. 직원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지만 출장 지역 대부분이 미개발 지역이다 보니 때로는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해프닝들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김홍식 에너지3팀장은 2007년 5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로 백금광을 조사하러 갔다가 무장 강도를 만났습니다. 경찰관 복장까지 갖춰 입는 등 치밀하게 준비한 6인조 강도는 모두 총을 들고 있었으며, 김 팀장 일행을 포박한 뒤 귀중품을 몽땅 털어갔습니다.

이인우 에너지2팀장은 1998년 인도네시아 칼리만탄 지역으로 금광 프로젝트를 조사하러 갔다가 말벌 떼에 쏘여 2일 동안 의식을 잃은 적이 있습니다. 머리와 팔을 말벌에 쏘인 상태에서도 몇 주간 탐사한 결과가 기록된 지질 노트를 찾으러 1시간 동안 계곡을 기어 내려가 끝내 노트를 들고 온 다음 캠프에 와서 정신을 잃었다고 합니다. 이 일화는 광물자원공사 직원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라는군요.

광물자원공사 직원들의 무용담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 같습니다. “기술력이 떨어지고 돈도 없는 광물자원공사가 메이저 회사들과 경쟁하려면 메이저들이 안 가는 ‘험한 곳’에서 승부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게 지난해 취임한 김신종 사장의 신조이기 때문입니다. 김 사장 본인도 올해 3월 아프리카 니제르에서 황열병 예방주사 부작용으로 곤욕을 치렀고, 볼리비아에서는 고산병으로 고생했습니다. 볼리비아에서는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을 만나려고 정장 차림으로 밤늦게까지 몇 시간이나 기다렸으나 결국 만나지 못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습니다.

해외 자원 확보를 위해 이역만리에서 고생하는 광물자원공사 직원들의 고생이 꼭 좋은 성과로 이어지길 응원합니다. 그리고 그에 앞서 안전사고는 절대 발생하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장강명 산업부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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