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盧전 대통령 수사 결과, 국민과 역사 앞에 발표해야

  • 입력 2009년 6월 2일 02시 59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640만 달러에 이르는 포괄적 뇌물수수 혐의와 정상문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이 관련된 대통령 특수활동비 12억 원 횡령 혐의가 영구미제(永久未濟) 사건으로 남았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사망 직후 수사를 중단하고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렸다. 형사처벌 대상자가 없어졌으므로 사건을 종결 처리하는 것은 법적으로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나 그동안의 수사에서 드러난 진상을 묻어버리는 것은 잘못이라고 본다. 국민은 궁금한 것이 많다. 노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거액을 받은 것이 사실인지, 그 대가로 박 씨에게는 어떤 이권(利權)을 주었는지, 받은 돈을 어떤 용도로 썼는지…. 기소는 불가능하지만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시에는 몰랐다”는 식으로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했지만 검찰이 수집한 인적(人的) 물적(物的) 증거를 공개하면 국민이 진실 여부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검찰은 수사진행 상황 브리핑을 통해 노 전 대통령 가족과 관련자들이 받고 있던 혐의의 윤곽을 공개했다. 그런 혐의에 대해 증거를 어떻게 보강하고 관련자들이 어떻게 진술했는지 알려야 할 책임이 검찰에 있다. 박 씨에게서 받은 돈의 사용처와 관련해서도 국내는 물론이고 미국 교포사회에서 온갖 소문이 돌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야당과 사회 일각에서는 ‘정치보복 수사’ ‘표적 수사’ ‘정치적 살인’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사과와 법무장관 검찰총장 대검중앙수사부장의 문책, 국정조사, 현 정권 측근들에 대한 특검수사를 요구하며 6월 국회 운영을 거부할 태세다. 검찰은 조직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노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해 본격적으로 수사를 시작한 경위부터 밝힐 필요가 있다.

국민장이 끝난 후에도 일부 세력은 ‘아무런 죄 없는 사람을 정치권력과 검찰이 공모해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식의 선동을 계속하고 있다. 이대로 내버려 두면 헛소문을 키우고 정부 불신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 수사를 더 진행할 수는 없게 됐지만 노 전 대통령 사망까지의 수사 내용을 있는 그대로 공표하고 국민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옳다.

전직 대통령은 재임 당시와 퇴임 후는 물론이고 사망한 뒤에도 ‘역사의 공인(公人)’이다. 노 전 대통령 역시 후대(後代)의 역사적 평가를 받아야 할 인물이다. 검찰의 수사 내용을 암흑 속에 묻어놓고도 객관적 평가가 가능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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