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주-홍주 형제 키운 전혜성 박사

  • 입력 2009년 3월 27일 15시 57분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에서 고경주 씨(57· 하워드 고)는 보건부 보건담당 차관보에, 동생인 고홍주 씨(54.해럴드 고)가 국무부 법률고문에 각각 지명되자 되자 이들 형제를 키워낸 어머니 전혜성 박사(80)의 교육법이 다시금 화제가 되고 있다.

차관보급에 지명된 고경주, 홍주 씨 외에 장녀 경신 씨는 중앙대 자연과학대학장을 지냈고 차녀 경은 씨는 예일대 로스쿨 교수다. 차남 동주 씨는 의사로 일하고 있고, 막내 정주 씨는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6자녀 모두 예일대와 하버드대를 졸업했으며 한 가족 박사 학위가 11개인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의 어머니인 전 박사 역시 4남 2녀를 키우면서도 예일대 교수, 미 학술원 임원, UNESCO 세계정보시스템 미국 대표, 백악관 세계여성의 해 임원 등 폭넓은 활동을 해 왔다. 전 박사는 이화여대 영문과 2학년에 재학 중 미국으로 유학, 보스턴대 대학원에서 사회학 박사와 인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 박사는 '섬기는 부모가 자녀를 큰사람으로 키운다'(랜덤하우스중앙) '엘리트 보다는 사람이 되어라'(우석출판사)등 여러 저서에서 자신의 자녀교육법을 상세히 밝힌 바 있다.

우선 전 박사 본인은 한 번도 아이들을 위해 전적으로 희생한 적이 없다고 고백했다. 자신의 행복을 포기하면서까지 희생한 어머니가 아니라, 오히려 스스로 삶의 주체로 우뚝 서기 위해 항상 공부하고 봉사하는 어머니가 역할 모델이 되어 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 박사는 "집에서 아이를 키우건 직장에 나가서 일을 하건 부모가 스스로 선택하는 자신의 인생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부모와 아이, 모두가 행복해지는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이는 전박사가 주장하는 '오센틱 리더십'(Authentic Leadership)으로 귀결된다. 진정한 리더는 스스로를 섬기고 타인을 섬기고 세상을 섬긴다. 부모가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아이들은 나와 남이 모두 잘되는 '공동의 가치'를 추구하는 법을 배운다. 세계화로 타문화, 타국가와 더불어 살아야하는 사회에서 남과 공존하는 법을 배우지 못 한다면 리더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오센틱 리더십'의 골자다.

'오센틱 리더십'(Authentic Leadership)은 한국의 덕(德)과도 일맥상통한다. 덕은 나만의 이익과 요구보다 남도 같이 생각하면서 공동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전 박사는 "가족이 미 교육부 지정 '동양계 미국인 가정의 자녀교육법' 연구 대상이 되었을 때 제1의 가치로 손꼽은 것은 바로 한국의 유교적 가치관이었다. 우리는 이미 세계가 원하는 리더의 모습의 기본을 갖추고 있다"며 한국의 저력을 믿으라고 말했다.

다음은 전박사가 전하는 '자녀를 오센틱 리더로 키우는 7가지' 덕목.

1. 뚜렷한 목적과 열정을 가르쳐라(Purpose & Passion)

뚜렷한 목적과 열정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스스로 생각하게 한다. 또한 목표를 이루기까지 발생하는 온갖 어려움을 이겨낼 의지를 준다. 삶에 대한 뚜렷한 목표와 확고한 의지를 갖췄다면 성공과 행복은 따라오기 마련이다. 부모는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할 수 있도록 길을 제시해야 하며 아이를 믿고 응원해야 한다.

2. 맡은 바를 다할 때 자기완성도 이룬다(Role Fulfillment & Self Actualization)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는 개인의 역할완수 하나에 국한되지 않는다. 학생으로서, 자녀로서, 시민으로서 등등 나에게 주어진 역할은 무궁무진하다. 그 역할들 중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부모는 자녀에게 사회 일원으로서 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이 해야 할 일과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모두 수행해 낼 수 있는 힘을 길러주어야 한다.

3. 일생에 걸쳐 정체성을 재정립시켜라 (Know your Diaspora self)

자신이 누구이며, 무엇을 원하고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한 가와 같이 스스로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있을 때 개인적으로 만족한 삶을 누릴 수 있다. 우리가 사는 다문화 시대, 국제화 시대에선 특히나 자기 자신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자신의 뿌리를 알아야 자신과 타문화의 차이점을 쉽게 깨닫고 가치관의 차이를 좁히기 위한 방법 또한 쉽게 깨달을 수 있다.

4. 덕이 재주를 앞서야 한다(Virtues over skills)

재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덕이 없다면 그 재능은 세상에 건설적으로 쓰이지 못한다. 나만 잘되면 그만이라는 사고방식을 떨쳐 버리고 재주를 기르는 것만큼 그 재주를 남을 위해서 쓰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자신의 재능을 남을 위해 사용하는 과정에서 오는 베풂과 배려는 어디에서도 겪을 수 없는 기쁨과 교훈을 준다.

5. 창의적 통합력이 아이를 살린다(Creative synchronism)

고정관념에 휩싸여 한 전통만 고집하고 내 것에만 치중하다간 급속히 변화하는 지식 정보 사회의 리더로 서기 어렵다. 유연한 사고로 다른 문화와 가치관을 흡수 통합하고 이를 자기에게 맞게 창조해내는 유연성과 창조성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덕목이 되었다. 상황에 따라 탄력 있게 대응하고 새로운 대책을 구성, 통합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6. 역사적이고 세계적인 안목과 시야를 길러라(Historical & Global worldview)

글로벌 시대에는 다른 문화에 대한 빠르고 깊은 이해가 시급하다. 다른 문화에 대한 지식과 이해를 문화적 역량이라고 하는데 이는 전 세계적으로 통용될 만한 리더의 자질로서 역사적 안목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세계적인 시각을 말한다. 문화적 역량을 기르기 위해선 어릴 때부터 다른 문화를 경험하고 그것을 서로 비교하며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마련해야 한다.

7. 진실한 마음을 얻는 대인관계의 힘을 경험하게 하라(Relationship)

공동체의 한 사람으로 누구에게나 편안하게 다가가고, 더 나아가 자신으로 인해 남을 더 빛나게 하는 인간관계를 맺었을 때 앞서 말한 리더의 6가지 덕목은 완성된다. 진실한 인간관계는 모든 관계의 시작인 가정 안에서부터 생겨난다. 부모 자식간의 신뢰, 형제 자매간의 믿음을 바탕으로 완성된 아이의 인간관계는 남과 더불어 사는 법, 인간을 존중하는 법을 가르쳐 내 아이를 진정한 리더로 서게 한다.

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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