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VS사장님]‘리모델링 창업’으로 변신 성공

  • 입력 2009년 3월 20일 03시 00분


서울 영등포역 부근에서 매운 국수, 매운 갈비찜 전문점 ‘고추맴맴’을 운영하고 있는 배창호 사장. 배 사장은 같은 자리에서 트렌드에 따라 리모델링을 해가며 12년째 음식점을 경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 고추맴맴
서울 영등포역 부근에서 매운 국수, 매운 갈비찜 전문점 ‘고추맴맴’을 운영하고 있는 배창호 사장. 배 사장은 같은 자리에서 트렌드에 따라 리모델링을 해가며 12년째 음식점을 경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 고추맴맴
경남 진주시에서 남원식 추어탕 전문점인 ‘미당추어탕’을 운영하는 윤영옥 사장. 윤 사장은 경쟁업체의 난립으로 매출이 줄어든 갈비집을 추어탕집으로 리모델링해 매출을 이전보다 2배 이상 높였다. 사진 제공 미당추어탕
경남 진주시에서 남원식 추어탕 전문점인 ‘미당추어탕’을 운영하는 윤영옥 사장. 윤 사장은 경쟁업체의 난립으로 매출이 줄어든 갈비집을 추어탕집으로 리모델링해 매출을 이전보다 2배 이상 높였다. 사진 제공 미당추어탕
맛집 트렌드 읽고 팔도맛 누볐더니 창업2막 활짝

■ 갈비찜 전문점 ‘고추맴맴’ 배창호 씨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 부근에서 매운 국수, 매운 갈비찜 전문점 ‘고추맴맴’을 운영하는 배창호 사장(60)은 이 자리에서만

12년째 음식장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고추맴맴의 문을 연 것은 지난해 12월이다. 직전에는 같은 자리에서 ‘묵은지 삼겹살’을 주 메뉴로 하면서 매운 갈비찜을 곁들인 음식점을 운영했다.

배 사장이 음식점을 운영하는 곳은 이른바 먹자골목이다. 유동 인구가 많지만 그만큼 경쟁도 치열한 곳이다. ‘목이 좋다’는 점에만 안주하다가는 뒤처지게 마련이다.

배 사장은 “요즘은 창업자가 더 늘어나 주먹구구식으로 창업에 도전했다가는 나가떨어지기 십상”이라며 “괜찮은 업종이라도 2, 3년 지나면 소비자들이 식상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배 사장은 같은 자리에서 트렌드에 따라 업종을 바꿔가며 ‘살아남은’ 자영업자다. 신규 창업보다 적은 비용으로 가게를 리모델링해 꾸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빈대떡 전문점으로 출발했다가 3년쯤 운영한 뒤 당시 유행하던 철판구이 전문점으로 갈아탔다. 초기에는 장사가 잘됐지만 몇 년 지나자 매출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이 철판구이에 식상해했기 때문이다. 다시 삼겹살 전문점으로 바꿨다가 지난해 말 매운 국수, 매운 갈비찜 전문점을 새로 열었다.

매운 국수, 매운 갈비찜 전문점은 최근의 트렌드를 반영한 선택이다. 불황에는 매운맛이 인기를 얻는다는 점에 착안했다. 불황에 매운맛이 인기를 끄는 이유에 대해서는 고추에 들어 있는 특정 성분이 인간에게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뇌 호르몬의 분비를 자극한다는 ‘설’이 있다.

일반적으로 리모델링을 할 때 주방 시스템을 개조하는 데 큰돈이 들지만, 배 사장의 경우는 이전에 하던 업종과 크게 다르지 않아 주방을 손볼 필요가 없었다. 집기와 비품도 예전 것을 그대로 사용해 비교적 적은 투자비로 리모델링 창업을 할 수 있었다. 전체 투자비는 가맹비 500만 원과 교육비 200만 원, 간판 및 디자인 제작비 400만 원 등이다. 적은 투자지만 결과는 알찼다. 매달 3000만 원 정도이던 매출은 리모델링 후 4500만 원으로 뛰었다.

삼겹살은 점심에는 손님이 없고 저녁에는 너무 몰리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리모델링 창업 후 점심에는 국수, 저녁에는 갈비찜 위주로 판매할 수 있어 매장 운영의 효율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것이 배 사장의 설명이다.

■ 추어탕 전문점 ‘미당추어탕’ 윤영옥 씨

윤영옥 사장(46)은 지난해 11월 경남 진주에 남원식 추어탕 전문점인 ‘미당추어탕’을 개업했다. 언니와 같이 투자해 2년간 운영하던 갈비집 매출이 부진하자 그 자리에 추어탕집을 꾸린 것.

업종을 바꾸자 1000만 원 정도였던 월 매출이 2400만 원 수준으로 올랐다. 투자비는 만만치 않게 들었지만 일단은 ‘성공적인 변신’이라는 것이 윤 사장의 설명이다.

윤 사장이 갈비집을 운영하던 진주시청 주변은 유동 인구가 많은, 이른바 ‘목’이 괜찮은 상권이다. 하지만 좋은 입지에도 불구하고 매출은 생각만큼 오르지 않았다. 갈비집이 경기를 타는 업종인 데다 바로 인근에 3곳의 갈비집이 서로 경쟁해 그나마 있던 손님들도 나눠 가져가는 상황이었다.

결국 지난해 8월 업종을 전환하기로 결정하고 남편과 함께 새로운 메뉴를 찾아 서울은 물론 부산 광주 등 전국을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남원에서 전라도식 추어탕을 맛보고는 업종을 추어탕으로 결정했다.

묽게 끓이는 ‘경상도식’ 추어탕과 달리 미꾸라지를 갈아 걸쭉하게 끓이는 추어탕은 진주 소비자들에게 이색적으로 느껴질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현재 매장 주변에 추어탕집이 없는 것도 고려 대상이었다.

음식점 주인에게 추어탕 만드는 비법을 물어 봤지만 “간단하게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단번에 거절당했다. 비법을 전수받을 수 없다면 프랜차이즈 경영이라도 하기로 하고 몇 군데 프랜차이즈 본사를 찾아다닌 끝에 현재 브랜드를 선택했다. 본사에서 완성된 상태로 제품을 공급해줘 주방 일이 간단하다는 점이 끌렸다.

갈비와 추어탕은 상품이 완전히 달라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했다. 주방을 바꾸고 가게 분위기도 완전히 바꿨다. 가맹비 1000만 원과 인테리어 등 공사비 2000만 원이 들어갔다. 투자금이 약간 모자랐지만 다행히 부족한 부분은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지원받을 수 있었다. 본사에서 ‘경상도 지역에 처음 들어가는 가맹점’이라는 데 의미를 두고 지원을 결정한 것이다.

윤 사장은 “적지 않은 투자비를 들였지만 매출이 2배 이상 늘어난 성과에 일단 만족한다”며 “주방과 홀 서빙에 손이 많이 가는 갈비집과 달리 메뉴가 간단해 인건비도 크게 줄일 수 있어 수익률도 높다”고 말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전문가 한마디

업종 전환과 점포 리모델링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게 인근 상권 분석이다. 어떤 업종으로 바꿔야 경쟁력이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인근 갈비집과 경쟁해 고전하던 윤영옥 씨는 새 업종을 선택하면서 반경 1km 이내에 경쟁점이 없는 업종을 잘 선택했다.

배창호 씨는 트렌드와 유행에 민감한 ‘먹자골목’ 입지의 특성을 잘 파악해 주기적이고 능동적으로 업종 전환에 나서 성공한 사례다. 삼겹살 전문점의 점심시간 매출이 많지 않다는 점에 착안해 국수와 갈비찜을 함께 하는 업종으로 전환한 것도 주효했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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