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정치광고

  • 입력 2008년 3월 13일 03시 03분


1988년 미국 공화당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 마이클 듀카키스를 겨냥해 만들었던 ‘주말패스’가 미국 최악의 네거티브 TV광고로 꼽힌다. 광고에 등장한 죄수의 이름을 따 ‘윌리 호턴’ 편이라고도 불렸다. 호턴은 매사추세츠 주지사였던 듀카키스의 죄수 가석방프로그램에 따라 주말휴가를 나왔다가 백인 약혼녀를 성폭행한 인물. 이 광고는 ‘흑인 살인자를 자유롭게 돌아다니게 했다’는 메시지로 유권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해 순식간에 듀카키스의 지지율을 떨어뜨렸다.

▷미국 대선캠페인에서 TV광고를 처음 이용한 후보는 1952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장군이었다. 그는 대중의 질문에 자신이 대답하는 형식의 스폿광고 ‘아이젠하워가 미국인에게 답한다’ 시리즈로 승기를 잡았다. 이후 미국에선 TV 정치광고가 사실상 선거판세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해졌다. 광고기법도 자신의 장점과 선거 쟁점을 부각하는 것부터 상대방을 비난하는 것까지 다양하다.

▷버락 오바마 후보와 목하 접전을 벌이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 측이 내놓은 정치광고가 화제다. 아이들이 곤히 자고 있는 오전 3시. 갑자기 전화벨이 울린다. 지구촌 어딘가에서 긴박한 일이 발생했다. 누가 그 전화를 받기를 원하는가. 힐러리가 적임자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외교경험이 전혀 없는 오바마보다 8년간 퍼스트레이디로서 다양한 국제무대를 경험한 힐러리가 낫다는 암시다. 실제로 힐러리는 빌 클린턴 정부 시절 코소보 보스니아 북아일랜드 인도 등 분쟁지역을 포함해 79차례나 해외활동을 했다.

▷힐러리 진영의 야심작인 이 광고는 그러나 약효가 별로인 것 같다. 국가안보에 대한 공포심을 유발한다는 비판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오바마 측은 ‘긴급전화를 받을 때 중요한 것은 경험보다 판단력’이라는 광고로 대응하고 나섰다. 하지만 진짜 재미 본 사람은 따로 있다. 여론조사기관 라스무센이 ‘이 전화를 누가 받기를 원하느냐’는 설문조사를 했더니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라는 응답이 45%로 가장 많았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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