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필자가 쓴 기사에 대해 한 독자가 e메일을 보내왔다. 맞벌이 여성을 위한 보육 서비스를 소개하는 기사로 취업여성에게 육아와 직장은 양립하기 어려운 만큼 양질의 보육시설이 절실하다는 요지였다. 이는 아마 대다수 사람이 당연하게 여기는 보육 문제 해결 방안일 것이다.
독자의 편지를 계기로 과연 우리의 보육 현실은 어떤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됐다.
우리나라에서 보육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것은 1990년대 초 맞벌이 가정이 크게 늘면서부터다. 이때부터 정부의 보육비 지출도 급증했다. 올해 보육예산은 1조4178억 원으로 2003년 3120억 원에 비해 불과 5년 만에 4.5배로 늘어났다.
그러나 보육환경에 대한 불만은 날로 커지고 있다. 정부는 돈은 돈대로 쓰면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지원 혜택이 ‘보육시설에 다니는 아동’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보육시설에 다니는 아동의 연령, 가정의 소득 수준 등에 따라 보육료를 차등 지원해 주는 식이다.
그러나 경제적 사정 등으로 유치원은 물론 보육시설에도 자녀를 보내지 못하는 가정에는 정부 지원이 ‘그림의 떡’일 뿐이다. 현재 만 2∼6세 아동의 절반 이상은 보육시설에 다니고 있지 않다.
여러 나라가 시행하는 보육지원책은 크게 4가지로 나뉜다. 가정에 아동 양육에 드는 비용을 직접 현금으로 도와주거나, 세금을 줄여 주거나, 보육시설을 통해 지원하거나, 노동시장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현재 미국과 유럽은 각각 세금 감면과 현금수당 지급에 치중하고 있으며 직장 내 탁아소 설치, 남성 육아휴직, 탄력근무제 등 가정 친화적 노동정책도 속속 도입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보육정책은 보육시설 지원이라는 협소한 틀에 갇혀 있다.
이에 대해 이재인 서울대 여성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다른 정책보다 실행과 성과 측정에서 수월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여성계의 요구가 보육시설 확대에 초점이 맞춰졌던 측면도 있다.
세금 감면, 현금수당 지급, 노동조건 개선 등 다른 정책을 도입하거나 확대하는 것이 아직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공론의 장에서 이런 다양한 정책수단을 토론하고 이슈화하는 기회는 많아져야 한다. 그만큼 현 보육 시스템에 대한 부모들의 불만은 강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 보육정책의 좁은 틀을 버리고 넓은 관점에서 보육의 철학부터 정립해야 한다. 보육정책은 정책적 편의나 일부 단체의 압력 때문이 아니라 ‘아동에 관한 모든 활동은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아동복지권 차원에서 결정돼야 한다. 우리도 이제 철학이 있는 보육정책을 가질 만큼 선진국이 아닌가.
정미경 교육생활부 차장 mickey@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