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 정부 인사검증의 虛, 박 내정자뿐인가

  • 입력 2008년 2월 21일 23시 03분


박미석 대통령사회정책수석비서관 내정자가 제자의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박 내정자는 표절을 부인했지만 2002년 8월 대한가정학회지에 게재된 논문과 그가 지도교수를 맡았던 제자의 석사학위 논문에 유사한 대목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학자적 양심에 반(反)할 뿐 아니라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고위 공직자에게 맞지 않는 흠결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결격사유가 아니라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측의 판단은 지나치게 안이해 보인다.

의혹 자체도 문제지만 언론에서 폭로하기 전까지 까맣게 몰랐다고 하니 새 정부의 인사검증 능력이 실망스럽다. 2006년 김병준 교육부총리가 논문표절 및 중복게재 의혹으로 13일 만에 사퇴한 이래 교수 출신 공직 후보자들의 논문 검증은 필수 항목이다. 더욱이 새 정부 수석비서관 내정자 8명 중 6명이 교수 출신 아닌가. 만사 제쳐 놓고 논문 검증부터 했어야 함에도 손놓고 있다가 언론에 보도되자 유우익 대통령실장 내정자가 논문을 구해 검토하고 대책회의를 하며 법석을 떨었다고 한다.

논문 검증이 이렇게 부실했으니 다른 분야의 검증도 제대로 했으리라고 믿기 어렵다. 일부 수석 인선에 난항을 겪자 돌려 막기 식 졸속인사를 하느라 시늉뿐인 검증을 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장관 내정자 인선 때 교육부 장관 후보로 유력하게 검토했던 사람을 발표 직전 급히 다른 사람으로 교체한 것을 두고서도 “부동산 투기 의혹을 뒤늦게 인지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이로 미루어 다른 장관이나 수석 내정자들의 검증도 부실했을 개연성이 크다.

며칠 뒤면 여당이 될 한나라당은 김병준 씨의 표절 의혹이 불거졌을 때 김 씨는 국무위원은 물론 교수직에서도 물러나야 한다고 거세게 몰아붙였다. 정권이 바뀐다고 도덕성의 잣대와 표절의 기준이 변할 수는 없다. 박 내정자를 기자회견장에 데리고 나와 직접 국민에게 소개한 이 당선인의 책임도 적지 않다. 차제에 인사검증 시스템부터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부실인사의 뿌리를 방치하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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