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경 LG명예회장 부인 하정임 여사 별세

  • 입력 2008년 1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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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인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왼쪽)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하정임 여사. 고인은 집안 제사를 한 번도 남에게 맡기지 않으며 ‘LG 집안의 맏며느리’로 일생을 헌신했다. 사진 제공 LG그룹
남편인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왼쪽)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하정임 여사. 고인은 집안 제사를 한 번도 남에게 맡기지 않으며 ‘LG 집안의 맏며느리’로 일생을 헌신했다. 사진 제공 LG그룹
《‘LG가(家)의 맏며느리’가 잠들었다. LG그룹 구자경 명예회장의 부인이자 구본무 회장의 모친인 하정임 여사가 9일 오전 6시 59분 서울대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4세. 하 여사는 18세였던 1942년 한 살 연하인 구자경 명예회장과 결혼한 뒤 남편에게는 조용한 내조자로, 자녀들에게는 자상한 어머니로 일생을 살아왔다.》

6남 4녀 집안의 맏며느리로서 제사를 한 번도 남에게 맡기지 않았고, 시부모와 시동생 및 시누이를 보살피면서 ‘LG 집안의 종부(宗婦)’로 헌신했다.

고인은 1924년 경남 진양군 대곡면 단목리에서 하순봉-정회남 씨의 3남 3녀 중 장녀로 태어나 예의범절이 엄격한 가풍(家風)을 몸에 익혔다.

구 명예회장과 하 여사 간의 혼인은 “선비 집안의 장녀이자 한문에 뛰어난 소양을 갖춘 규수를 종부로 삼아야 한다”는 구 명예회장 조부모의 결정에 따른 것이었다.

고인은 시댁의 유교적 가풍 속에서 조용히 그리고 묵묵히 대가족의 화목은 물론이고 LG의 구(具)·허(許) 양가 화합에 힘썼다. 특히 남편인 구 명예회장이 기업인으로 힘든 결단을 하는 고비마다 이심전심으로 힘과 용기를 불어넣어 줬다는 후문이다.

구 명예회장은 결혼 59년 만인 2001년 4월 자신의 희수(喜壽·77세 생일)연 모임에서 부인에 대한 사랑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지난 60년 동안 묵묵히 내조해 준 집사람에게 정말 고맙고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평생 가슴에 품어 오면서도 쑥스러워서 차마 못했던 고백을 이렇게 하고 나니 가슴이 후련합니다.”

2002년 5월 구 명예회장 부부의 결혼 60주년 축하 자리에서는 장남인 구본무 회장이 “두 분이 한없이 자랑스럽다. 두 분처럼 백년해로하신 부부상이야말로 평생 간직하며 본받아야 할 가장 소중한 유산”이라고 말했다.

유족인 구본무 회장,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구본준 LG상사 부회장, 구본식 희성전자 사장과 두 딸 등 4남 2녀는 내내 침통한 표정으로 조문객을 맞았다. 남편인 구자경 명예회장도 저녁 늦은 시간까지 빈소에 머물렀다.

고인의 딸인 구훤미, 미정 씨는 “딸들한테는 며느리 험담을 할 만도 한데, 단 한 번을 안 하셨다. 늘 ‘다 잘한다’고 칭찬만 하셨다”며 “자신을 불태우면서 집안에 불빛을 밝히는 촛불 같은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이날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에는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이구택 포스코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이준용 대림산업 회장, 박용현 두산건설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 구자홍 LS그룹 회장, 이희범 한국무역협회 회장 등 많은 경제계 인사가 찾아 조문했다.

또 이경숙 대통령직인수위원장, 전윤철 감사원장,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 김원기 대통합민주신당 의원, 이재정 통일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등 정관계 인사, 동아일보 김학준 사장과 김재호 부사장,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등 언론계 인사, 손병두 서강대 총장 등 학계 인사도 유족을 위로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 등은 조화를 보냈다.

발인은 12일 오전 7시, 장지는 경기 이천시 마장면 해월리. 02-2072-2016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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