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허남순]국제미아가 된 한국인 입양아

  • 입력 2007년 12월 1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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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벌어진 한국 입양아 제이드 양의 파양 사건은 세밑의 어수선한 세월 속에서 아름답고 고상한 것에 가려진 인간의 어두운 면을 보여 준다. 제이드 양을 입양한 사람은 서울과 홍콩에서 근무한 네덜란드 외교관 부부였다. 네덜란드는 1993년 세계 여러 나라가 모여 ‘국제입양에서 아동보호 및 협력에 관한 협약’을 결의한 헤이그가 있는 나라이다. 그런 나라를 대표하는 외교관이 4개월밖에 안 된 아동을 입양했다가 8년 후 ‘감정 접촉 공포증’을 갖고 있다며 파양한 사실은 누구도 납득하기 어렵다.

입양에 대한 국민의식 바꿔야

아동의 정서장애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입양 부모에게 있다. 입양은 몇 십만 원, 몇 백만 원을 기부하는 행위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다. 아동이 성장해서 성인이 될 때까지, 아니 평생을 책임지겠다는 약속이며 결단이다. 아동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는 사건이다. 일생에 걸쳐서 지켜야 할 약속이고 책임이므로, 많은 사람은 입양이 부모가 없는 아동을 위해 가장 필요하고 좋은 일인 줄 알면서도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 좋은 일이라는 감정이나 충동으로만 결정하기에는 너무나 큰 책임이 따른다.

그래서 정부가 입양을 하는 부모에게 입양에 필요한 수속비, 아동의 병원비, 교육비, 양육비를 보조하지만 실제 국내에서 입양을 하려는 부모는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2006년 국내에서 입양된 아동은 1332명으로 2004년의 1641명보다 줄었다. 해외로 입양되는 아동은 해마다 감소하지만 국내에서 입양된 아동보다 많은 1899명이었다.

입양은 단순히 제도적 지원이나 경제적 보조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입양 활성화는 입양에 대한 국민의 의식이 획기적으로 바뀌어야만 가능하다. 입양된 아동이나 부모를 편견 없이 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중요하며 꾸준한 교육을 통해 인간 존엄의 진정한 의미를 가르쳐야 한다.

제이드 양 사건을 대하면서 아동복지전문가로서 드는 걱정은 국민이나 정부 책임자가 단견에 따라 성급하게 어느 한쪽으로 결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제는 해외 입양을 그만 하도록 만드는 조치가 아동을 위해 최선의 방법이라든지, 국내 입양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성급하게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해외 입양 문제가 대두됐지만 그동안 국내에서 입양된 아동 중에도 이런 문제가 종종 일어났음을 대부분의 아동복지전문가는 알고 있다. 입양 후 아동이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또는 이혼을 해서 더는 양육할 수 없다며 입양 후 6∼7년, 심지어 10년이 지난 후에 복지시설에 데리고 오는 경우를 본다.

해외입양아 관리 더욱 철저히

우리는 이 사건을 계기로 부모가 양육을 포기한 아동을 위해 국민이, 그리고 정부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점검해야 한다. 우선 친부모가 아동을 잘 양육하도록 최대한 지원하는지 점검해야 한다. 또 아동이 더 많이 국내에서 입양되도록 하려면 입양 부모를 지원하는 제도 외에도 입양에 대한 국민의식을 바꾸는 일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어린 시절부터 교육을 통해 체계적으로 지속해야 효과가 있다.

이와 함께 해외에 입양된 아동에 대한 관리를 좀 더 철저히 해야 한다. 제이드 양과 같이 입양된 지 8년이 지나도록 그 나라의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보살펴야 한다. 아울러 우리도 국제사회가 해외 입양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결의한 ‘국제입양에서 아동보호 및 협력에 관한 협약’의 비준국으로 참가하는 데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

허남순 한림대 교수·사회복지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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