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저 많은 공약 속에 국민 부담 쌓이네

  • 입력 2007년 11월 30일 23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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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들의 공약이 너무 나가고 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260만 신용불량자 대사면’을 약속했다. 신용불량자에게 재활의 기회를 주고, 스스로 돈을 갚도록 돕는 정책은 필요하다. 외환위기 같은 사태로 불가피하게 생긴 신용불량자들을 엄격한 기준에 따라 사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선거가 있을 때마다 신용기록을 없애 주겠다는 식으로 선심 쓰는 사면은 시장경제와 신용사회의 발전을 해치는 부작용이 너무 크다. 어렵게 빚을 갚아 온 채무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있고,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부채질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신용정보시스템과 신뢰 기반을 무너뜨린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매년 청와대에서 기로연(경로잔치)을 열겠다”고 약속했다. 2004년 총선 당시 자신의 노인 폄훼 발언을 물 타기 하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어떻게 경로잔치가 대선 공약이 될 수 있는가. 그런 잔치를 해 준다고 노인들이 행복해지겠나. 정 후보는 또 ‘일자리 교육 주거 노후 등 국민의 4대 불안을 국가가 책임지고 해결하겠다’는 가족행복시대 공약을 내걸었다. 참으로 구름 잡는 얘기다.

“부유세를 물려 공공보육시설 확충에 쓰겠다”고 한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의 공약도 무책임하기는 마찬가지다. 자본의 해외 이탈을 가져오는 부유세의 폐해는 유럽 국가들이 이미 충분히 경험했다.

이처럼 무리한 대선 공약이 판을 치면 정부 역할에 대한 잘못된 국민 인식이 확산되기 쉽다. 정부는 시장경제의 원칙이 원활하게 작동되도록 막힌 곳은 뚫고 맺힌 곳은 풀어 주는 관리자 역할에 그쳐야 한다. 그래야 민간의 창의와 활력이 살아난다. 아무데나 끼어들어 불필요한 일을 하게 되면 재정 낭비는 물론이고 민간이 설 자리가 좁아진다.

대선 후보들이 할 일은 거품공약 남발이 아니다. 무분별한 재정 지출부터 줄이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예를 들어 새로운 복지정책을 약속하기보다는 나눠 먹기식 복지, 줄줄 새는 복지를 개혁하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잘못된 공약을 걸러 내는 방법이 있다. 후보들이 무엇을 해 주겠다고 하면 무슨 돈으로 하겠다는 건지 유권자인 국민이 물어야 한다. 그로 인해 비용이 얼마나 발생할지 따져야 한다. 정치인은 국부(國富)를 창출하는 사람이 아니다. 비용을 부담할 사람은 바로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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