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카페]명퇴바람… 영향력 상실… 위기의 韓銀

  • 입력 2007년 11월 17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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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한국 금융의 고향 명예로운 곳… 정든 한국은행을 떠나며.’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앞의 비석(碑石)에 새겨진 ‘떠나며 남으며’라는 시의 한 구절입니다. 외환위기 이후 금융조직 개편으로 한국은행에서 분리돼 금융감독원으로 새 출발을 하게 된 옛 은행감독원 직원 685명은 1998년 12월 31일 이 비석을 남기며 ‘친정’을 떠나는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은행감독권이 사라져 버린 이후 한은은 ‘이빨 빠진 호랑이’처럼 파워와 영향력을

상실했다는 게 금융계의 시각입니다.》

1, 2급 직원이 전체의 12%를 차지하는 ‘항아리형 인력구조’를 지닌 한은이 다음 달부터 20년 이상 근무자를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기로 한 것도 따지고 보면 은감원 분리의 후유증 탓이 적지 않다는 말이 한은 내부에서 나옵니다.

한 1급 직원은 “전에는 퇴직 후 금융회사나 대기업에 재취업하는 게 가능했는데 금감원 출범으로 은감원이 떨어져 나가면서 위상이 약화돼 재취업 길이 막혔다”며 “퇴직 후 갈 곳이 없으니 다들 정년을 채우려고 눌러앉아 인사 적체가 심해졌다”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은감원 분리 후 한은은 통화정책에 주력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한은이 펴 온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의문시하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LG경제연구원 조용무 연구원은 “통화정책은 ‘3분기 내지 4분기 후 경제가 이렇게 될 것’이라고 예측해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하는데 그동안 한은은 은행대출 증가, 금융시장 불안 등 단기적인 요인을 보고 정책 방향을 결정한 측면이 많았다”고 평가했습니다.

2005년과 2006년 1조 원대의 적자를 낸 한은은 외환보유액의 환차손 때문에 올해도 1조2000억 원의 적자가 예상돼 안팎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내부에선 위기라는 말도 나옵니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위해서는 은감원의 분리와 직원들의 금융회사 재취업 근절이 올바른 방향이었다는 ‘대범한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이참에 한은이 비효율적인 조직을 정비하고 중앙은행의 위상을 재정립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김상수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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