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흥규]후진타오 ‘잠 못 이루는 밤’

  • 입력 2007년 10월 24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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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개방 이후 5년마다 개최하는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이하 당 대회)가 15일부터 21일까지 열렸다. 중국은 당 대회에서 추인한 사항은 다음 해 봄 개최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정부를 구성하고 정책을 입안하는 주요 기반으로 삼으므로 당 대회는 어느 대회보다 중요하고 정치가 만개하는 공간이다.

이번 17차 당 대회가 주목받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장쩌민(江澤民) 전 총서기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던 후진타오(胡錦濤) 총서기가 권력을 공고화하면서 정책을 추진할 추동력을 갖게 될지 여부였다. 두 번째는 2012년 이후 중국을 이끌어 갈 5세대 지도자군의 윤곽이 드러나기 때문이었다.

중국과 같은 일당 권위주의 체제에서 지도부 개편은 정책 변화 가능성을 내포한다. 급속한 경제 발전 과정에서의 폐해를 완화하고 내수 강화 및 공정한 분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후 총서기의 ‘조화로운 사회’ 및 ‘과학적 발전관’과 장 전 총서기가 추진한, 불평등을 야기하지만 좀 더 빠른 경제성장 및 수출경제를 통해 부강한 국가로 이끌고자 하는 정책이념의 향배는 지도부의 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다.

이번 당 대회를 계기로 후 총서기의 권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일반적이었다. 실제 후 총서기는 자신의 ‘과학적 발전관’을 당의 헌법이라 할 수 있는 당장에 삽입하는 데 성공해 정치적 정당성을 강화했다. 그의 기반인 공산주의청년단 출신이 최근 지방 당 서기와 성장 인사에서 대거 등용됐고 당 중앙위원회 진출이 두드러졌다. 군부 권력의 핵심인 당 중앙군사위원회의 개편 과정에서도 그의 권력이 강화됐다.

하지만 후 총서기는 권력 구조의 정점인 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 자신이 희망하는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 기존 9명의 인원을 7명으로 줄여 통제력을 강화하려는 시도는 실패했고, 측근 중 리커창(李克强) 랴오닝 성 당 서기만이 새로 상무위원회에 진입했다.

또 제5세대 후계자를 선정하지 못했고 자신이 지지하는 리 서기보다 장 전 총서기가 후원하는 경제발전론자인 시진핑(習近平) 상하이 시 당 서기가 예상을 뒤엎고 상무위원회에 진입해 오히려 차세대 지도자로 각광받았다. 더구나 상무위원회에서 장 전 총서기 및 쩡칭훙(曾慶紅) 국가부주석이 후견하는 인물이 여전히 다수를 점했다.

중국 권력의 변화는 정치발전 및 정책적 함의의 측면에서 주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긍정적인 점은 권력을 둘러싼 내부 갈등에도 불구하고 지도부가 합의를 이뤘다는 사실이다. 또 지도자 선출 과정과 관련해 제도화가 크게 진전됐다.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쩡 부주석이 68세로 규정된 내부 퇴진 원칙에 따라 퇴진했고, 후 총서기가 실제 퇴진시키고 싶어 했으나 퇴진 연령에 미달한 자칭린(賈慶林)이나 리창춘(李長春)이 상무위원회에 잔류한 점도 제도화의 진전이 권력의 자의성을 억제한 덕분이다.

이런 정치적 제도화와 권력 배분의 결과는 조화와 분배를 중시하는 후 총서기의 정책 추진이 어려움에 직면할 것임을 역설적으로 시사한다. 후 총서기는 경제성장을 위주로 하는 집단과의 타협을 강요받을 것이고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 쉽지 않다.

2010년대에 실업의 확산, 사회보장체제의 공백, 빈부격차, 부패 및 이에 따른 사회적 저항이 더 악화되리라는 중국 내외의 전망을 고려할 때 후 총서기의 잠 못 이루는 밤은 더욱 깊어만 갈 것 같다. 순탄하지 않을 중국의 정치 및 사회 상황은 불가측성을 심화시켜 한국 외교 및 경제에도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부담으로 더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흥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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