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성 교수의 소비일기]너무나 어려운 식품표시

  • 입력 2007년 10월 24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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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준비하기 쉽고 먹기도 편한 시리얼을 딸아이와 저의 아침식사로 자주 이용합니다. 남편은 아침부터 아이한테 과자 부스러기를 먹이느냐며 못마땅하게 여기지요. 그때마다 저는 “밥이나 빵처럼 탄수화물만 왕창 먹는 것보다 낫다”고 강변합니다. 실은 제대로 알지 못하지만, 어느 시리얼 광고처럼 ‘영양 면에서 가장 이상적인 아침식사’의 조건을 정말 갖췄기를 바라면서….

마침 시리얼이 떨어져 슈퍼마켓에 갔습니다. 요즘 식품시장의 관심을 반영했는지 섬유소, 현미, 검은콩, 그리고 녹차 등등을 함유한 새로운 상품이 많이 나왔네요.

그런데 이름은 왜 이렇게 비슷비슷한지. 그렇다고 아무거나 살 수는 없어 열심히 들여다봅니다.

시리얼의 영양표시는 다른 과자들과 달리 식품의 영양표시가 의무화되기 전부터 잘돼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아침식사로 채택되려면 영양을 강조해야 한다는 걸 진작 간파했나 봅니다.

기왕이면 몸에 좋다는 섬유소가 많은 것이 나을 것 같아 하나를 골랐습니다. 다른 것과 거의 다를 바 없는데, 이상하게도 나트륨의 함량이 매우 많습니다. 어느 쪽이 좋을지 판단이 안 서 결국 가까운 식품영양학과 교수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시리얼을 사려는데, 섬유소가 많은 게 좋을까, 나트륨이 많은 게 좋을까?”

“저런, 선생님께서 그런 걸 물어보시다니 정말 영양교육에 문제가 많네요. 중고교에서 다 배우는 건데. 섬유소야 많이 먹어야 하고, 나트륨은 당연히 안 좋지요.”

윽, 갑자기 창피해집니다.

“아니, 나트륨 많으면 나쁘다는 거야 나도 알지. 그런데 한 쪽은 둘 다 많고, 또 다른 쪽은 둘 다 적으니 판단하기가 영 어렵네.”

“섬유소 좋다고 안 좋은 걸 더 섭취할 필요는 없지요, 그냥 나트륨 적은 쪽으로 사고, 아이한테 과일 한 조각 더 먹이세요. 하여간 이래서 영양교육이 절실하다니까요.”

하긴 섬유소가 많다고 애써 이것저것 챙겨 먹기보다 밥 먹을 때 나물 한 젓가락 더 먹으라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그런데 요즘은 왜 이렇게 몸에 좋다는, 마치 만병통치약 같은 식품이 많을까요. 그냥 무시하자니 무성의한 주부 같고, 일일이 챙기자니 너무나 신경이 쓰입니다. 아니 더 큰 문제는 도대체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는 겁니다.

서울대 생활과학대 소비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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