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시리얼이 떨어져 슈퍼마켓에 갔습니다. 요즘 식품시장의 관심을 반영했는지 섬유소, 현미, 검은콩, 그리고 녹차 등등을 함유한 새로운 상품이 많이 나왔네요.
그런데 이름은 왜 이렇게 비슷비슷한지. 그렇다고 아무거나 살 수는 없어 열심히 들여다봅니다.
시리얼의 영양표시는 다른 과자들과 달리 식품의 영양표시가 의무화되기 전부터 잘돼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아침식사로 채택되려면 영양을 강조해야 한다는 걸 진작 간파했나 봅니다.
기왕이면 몸에 좋다는 섬유소가 많은 것이 나을 것 같아 하나를 골랐습니다. 다른 것과 거의 다를 바 없는데, 이상하게도 나트륨의 함량이 매우 많습니다. 어느 쪽이 좋을지 판단이 안 서 결국 가까운 식품영양학과 교수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시리얼을 사려는데, 섬유소가 많은 게 좋을까, 나트륨이 많은 게 좋을까?”
“저런, 선생님께서 그런 걸 물어보시다니 정말 영양교육에 문제가 많네요. 중고교에서 다 배우는 건데. 섬유소야 많이 먹어야 하고, 나트륨은 당연히 안 좋지요.”
윽, 갑자기 창피해집니다.
“아니, 나트륨 많으면 나쁘다는 거야 나도 알지. 그런데 한 쪽은 둘 다 많고, 또 다른 쪽은 둘 다 적으니 판단하기가 영 어렵네.”
“섬유소 좋다고 안 좋은 걸 더 섭취할 필요는 없지요, 그냥 나트륨 적은 쪽으로 사고, 아이한테 과일 한 조각 더 먹이세요. 하여간 이래서 영양교육이 절실하다니까요.”
하긴 섬유소가 많다고 애써 이것저것 챙겨 먹기보다 밥 먹을 때 나물 한 젓가락 더 먹으라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그런데 요즘은 왜 이렇게 몸에 좋다는, 마치 만병통치약 같은 식품이 많을까요. 그냥 무시하자니 무성의한 주부 같고, 일일이 챙기자니 너무나 신경이 쓰입니다. 아니 더 큰 문제는 도대체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는 겁니다.
서울대 생활과학대 소비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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