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신창호]수도권 규제, 국가경쟁력 좀먹는다

  • 입력 2007년 7월 13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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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는 수도권을 ‘지방과 상생 발전하는 살기 좋은 동북아의 경제중심’으로 발전시킨다는 비전하에 여러 정책을 추진했다. 이런 취지에 반대할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수도권을 동북아의 경제중심으로 발전시키는 일이 구호나 의지로 되지는 않는다. 동북아의 일본 도쿄나 중국 상하이 같은 도시보다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세계적으로 우수한 기업이 수도권으로 모일 때 가능하다.

공장 억제하면 지방 대신 해외로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는 1960년대 이후 줄곧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목표 아래 수도권으로의 인구와 산업 집중을 억제해 왔다. 공장이나 대학의 신증설 억제, 과밀부담금 부과, 지방세 중과, 조세특례제한법상의 불이익 등 무수히 많은 규제가 수도권 발전을 억제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다.

도시 간 국제경쟁이 치열해지는 21세기에 수도권 억제정책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수도권이 동북아의 경제중심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상하이의 발전상, 도쿄의 수도권 규제 폐지와 도시 재생 정책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베이징과 상하이를 위시한 중국의 황해 연안지역에는 세계의 자본이 몰려든다. 일본 의회는 고도성장기에 제정한 공장 등 신증설 제한법을 2002년 7월 폐지했다. 법 제정 당시와는 달리 산업 및 인구 집중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공장이나 대학 등의 신증설 활동을 억제하는 방침 자체가 유효성, 합리성을 상실했다고 보았다.

법 폐지의 이유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공장은 자동화 등으로 인해 인구 집중 유발시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둘째, 수도권에 공장입지를 억제하면 기업이 과거에는 지방으로 갔지만 이제는 해외 도시로 간다는 사실이다. 국가 전체적으로 손실이 크다는 말이다. 셋째, 일본 수도권은 이상적인 산업클러스터를 이루고 있는데, 더 육성해서 국가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본의 한 보고서에는 2002년을 저점으로 국내 기업입지 수가 증가했다고 한다.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나? 수도권의 기능을 분산해 행정수도를 만들고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시켜 혁신도시를 만들고 있다. 수도권 규제는 아직 꽁꽁 묶어 두고 있다. 일본이 이미 5년 전에 폐기 처분한 법률을 우리는 금과옥조처럼 지킨다. 그러면서도 수도권을 동북아의 경제중심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날 인구 집중을 가장 많이 유발하는 시설은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아닌가 싶다. 최근 정부는 수도권의 인구 집중 유발을 억제하기 위해 기업을 규제하면서 무수히 많은 신도시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수도권의 인구 집중 억제라는 정책이 과연 합리성을 갖는지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지방은 정부 재원 넘겨받아 자립을

이제 국가적으로 이익이 되지 못하는 소모적인 수도권 논쟁은 접어야 할 때다. 수도권은 국내의 지방도시와 경쟁하지 않고 세계 도시권과 경쟁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수도권의 발전이 지방의 발전을 저해하지 않고 경제적 파급효과를 통해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수도권이 동북아의 경제중심으로 발전하고 지방도 잘살기 위해서는 수도권 규제를 폐지해야 된다. 중앙정부는 획일적인 지방행정 관여에서 탈피하고 지방으로 재원과 인력을 넘겨 제대로 된 지방 분권화를 실시해야 한다. 그래서 지방이 더는 중앙의존형 행정을 하지 않고 자립적으로 개성 있게 발전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중앙정부의 역할은 수도권의 자율적 발전과 아울러 지방을 더욱 빠른 속도로 발전하도록 돕는 일이다.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 발전해야만 국가 전체의 경제 규모를 키워 나갈 수 있다.

신창호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산업경제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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