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무원이 뇌물 받고 조작한 서울市 세금전

  • 입력 2007년 4월 15일 2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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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청의 세금 담당 공무원이 뇌물을 받고 지방세를 깎아 주다 적발됐다. 서울시의 세무시스템은 담당 공무원이 자신이 부과한 세금은 물론 동료가 부과한 세금에 대해서도 전산자료를 마음대로 수정할 수 있게 돼 있다. 과장 국장의 결재를 받도록 돼 있지만 전산시스템이 미비해 건너뛰어도 적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러고도 시민을 위한 선진 행정을 입에 올릴 수 있나.

서울의 다른 모든 구청도 1999년 시(市)가 개발한 지방세 세무종합전산망을 함께 쓰고 있기 때문에 같은 허점이 없다고 말하기 어렵다. 돈을 받고 세금을 깎아 주는 공무원이 종로구청의 그 담당자뿐인지 의문이다. 다른 광역 지방자치단체들도 각자 개발한 지방세 전산망에 비슷한 문제가 없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1994년 인천 북구청과 경기 부천시의 지방세 110억여 원 횡령 사건이 발생한 후 정부는 거액을 들여 지방세무행정 전산화를 추진했지만 이처럼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서울시는 “앞으로 상급자의 결재를 받아야만 수정 입력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프로그램 보완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왜 지금껏 방치했는지 납득하기 힘들다. 그동안 서울시의 다른 세무공무원들은 이런 결함을 몰랐다는 것인가. 자기 돈이라고 해도 이렇게 놔뒀을까. 공공 자원을 소홀히 관리하는 공직자 모럴해저드의 전형이다.

세금 등 공공 자산은 민간 소유 자산에 비해 감시가 소홀하기 때문에 부패와 비리가 끼어들기 쉽다. 곧잘 뇌물 거래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부패와 뇌물은 개인에 대한 범죄가 아니라 사회시스템을 망가뜨리고 국가의 선진화를 가로막는 공공의 범죄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감시시스템을 더욱 정교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런데도 국회 법사위는 살인 납치 마약 내란 등의 범죄 수사에만 전화감청 영장 발부를 허용하고 뇌물, 유가증권 위조 등 경제범죄 수사는 감청을 원천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 중이라고 한다. 경제범죄가 갈수록 지능화, 국제화돼 가는 현실 앞에서 유독 경제범죄만큼은 감청을 못하게 하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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