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간산업의 ‘M&A공포’ 실제 상황이다

  • 입력 2007년 3월 21일 2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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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간산업들이 해외 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외환위기 이후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평가절하된 국내 기업들은 주식의 시가총액이 적어 해외 자본의 먹잇감이 되기 쉬운 처지다.

외국계 펀드인 소버린자산운용과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이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와 민영화된 KT&G를 공격한 사례도 기억에 생생하다. 소버린자산운용은 ㈜SK의 지분 14.99%를 확보한 뒤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벌였고 2년 3개월 뒤 8000억 원대의 차익을 남기고 한국을 떠났다. 칼 아이칸도 KT&G 경영권을 위협하다 1년여 만에 1500억 원의 차익을 냈다.

쓰라린 경험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포스코 삼성전자 국민은행 현대자동차 등 ‘국가 대표 기업’을 해외자본이 삼킨 뒤 배당이나 외부 차입 방식으로 투자금을 단기간에 회수해 가면 엄청난 국부가 유출된다.

세계 1위 철강업체인 다국적 기업 아르셀로-미탈은 포스코에 대한 M&A 가능성을 본격 검토한 적이 있다. 포스코는 “41%인 우호지분 비율을 연말까지 50%로 높이고 주가를 높여 방어하겠다”고 했지만 더 큰 자본의 공격엔 무릎을 꿇을 수 있다. 삼성전자가 7년간 자사주를 13조 원어치 매입해 현재 14% 지분을 갖고 있는 것도 경영권 방어를 위한 대책이다.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에 큰돈을 쓰다 보면 성장을 위한 투자 재원은 그만큼 줄어든다.

미국은 S&P 500 대기업의 94%가 경영권 방어수단을 갖고 있다. 상장기업의 60%는 적대세력이 지분을 늘리기 어렵게 만드는 ‘포이즌 필’(일명 독약조항)을 정관에 담고 있다. 일본도 2002년 이를 도입했다. 영국 프랑스는 철강 석유 교통 통신 등 기간산업에 대한 외자 방어법을 두고 있다. 미국의 ‘엑슨 플로리오법’은 안보에 위해가 되는 외자의 적대적 M&A를 금지한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 지분이 38%로 적대적 M&A 위협은 실제 상황이다. 포스코 삼성전자와 주요 은행들은 외국인 지분이 50%를 넘어섰다. 서둘러 외양간을 고쳐야만 소를 도둑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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