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협상단, 美측에 ‘을지문덕 한시’ 보내

  • 입력 2007년 3월 1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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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농업 분야 협상에서 한국 측이 미국에 고구려 을지문덕 장군이 지은 한시 원문과 영역본을 건넸다. 이 시는 을지문덕 장군이 고구려를 침공한 수나라 우중문에게 ‘이제 그만 만족하고 돌아가라’고 충고하는 내용이다. 연합뉴스
1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농업 분야 협상에서 한국 측이 미국에 고구려 을지문덕 장군이 지은 한시 원문과 영역본을 건넸다. 이 시는 을지문덕 장군이 고구려를 침공한 수나라 우중문에게 ‘이제 그만 만족하고 돌아가라’고 충고하는 내용이다. 연합뉴스
‘신기한 책략은 하늘의 이치를 다했고 오묘한 계산은 땅의 이치를 꿰뚫었도다. 전쟁에 이겨 이미 공이 높으니 만족함을 알고 그만두기 바라노라.’

미국이 쇠고기 시장 등 개방 압력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1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농업 분야 협상장에 이런 한시(漢詩)가 등장했다.

한국 측 협상단은 이날 미국에 고구려 을지문덕 장군이 지은 한시 ‘여수장우중문시(與隋將于仲文詩)’의 원문과 이를 영어로 옮긴 문구를 건넸다.

삼국사기에 실려 전하는 이 시는 을지문덕 장군이 수나라 양제의 명으로 고구려를 침공한 우중문에게 ‘이제 그만 만족하고 돌아가라’고 충고하는 내용이다.

이는 쇠고기, 오렌지 등 민감 품목에 대한 거센 개방 요구를 받고 있는 한국 협상단이 이미 어느 정도 양보할 만큼 양보했으니 더는 심한 요구를 자제해 달라는 뜻을 미국 측에 전달하고자 하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시의 힘을 빌린 우회적 요청에 미국은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농업 협상을 이끌고 있는 배종하 농림부 국제농업국장은 “미국은 ‘예외 없는 관세 폐지’ 원칙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며 “협상 기간 잠도 오지 않아 직원을 시켜 한시를 번역해 봤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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