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카페]정부 門 두드리는 변호사들

  • 입력 2007년 2월 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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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변호사들에게 정부 부처의 인기가 높은 모양입니다.

최근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처 등 경제 부처의 전문직 공모에 수백 명의 변호사(올해 사법연수원 졸업생 포함)가 지원했습니다. 재경부는 10명 선발에 119명이 몰렸고 예산처는 8명 정원에 82명이 응시했습니다. 두 곳 모두 10 대 1 이상의 경쟁률입니다. 감사원은 4명 모집에 100여 명이 몰려 경쟁률이 25 대 1이었습니다.

변호사들은 수년 전만 해도 바로 서기관(4급)으로 영입되기도 했죠. 하지만 요즘은 대부분 행시 출신 첫 직급인 사무관(5급), 그것도 계약직으로 옮겨 옵니다.

충원 과정도 비교적 까다롭습니다.

재경부는 특정 주제에 대한 보고서를 10시간 내에 제출하라는 문제를 내 응시생들이 진땀을 뺐다고 합니다. 예산처는 100쪽 분량의 정책보고서를 나눠 준 뒤 3쪽으로 요약하라는 문제를 냈습니다.

갈수록 많은 변호사가 정부 부처의 문을 두드리는 것은 우선 ‘취업난’ 때문인 듯합니다. 지난달 16일 수료한 36기 사법연수원생 975명 가운데 판검사 임용자나 군입대자 및 로펌 취직자 등을 제외한 300여 명의 진로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일부 변호사의 정부 부처 선호 현상이 단순히 취업난 탓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로펌이나 ‘인 하우스’(대기업 내 법무팀) 변호사들보다 연봉은 적지만 이들이 접하기 어려운 정책 결정 및 집행 과정을 배운 뒤 ‘몸값’을 키워 로펌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법률 지식과 행정 능력의 시너지를 기대하는 겁니다.

2년 전부터 재경부에 근무 중인 A 변호사는 “세상을 보는 데 사회경제적 변수까지 고려해 더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경제 부처에서 근무하던 중 유학해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딴 B 씨는 지난해 말 퇴직해 현재 국내 굴지의 로펌에서 파트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런 장점은 공인회계사 등 다른 전문직들도 인식하고 있는 듯합니다. 최근 재경부가 회계사 2명을 공모하자 62명이 지원해 31 대 1의 경쟁률을 보였습니다.

정부 부처에 변호사 등 ‘전문직 계보’가 생길 날도 멀지 않아 보입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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