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중-일-러 實利외교’의 뒷전으로 밀린 한국

  • 입력 2006년 12월 7일 2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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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교가 북한 핵문제의 수렁에서 허우적거리는 사이 동북아시아에선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간에 ‘합종연횡’이 동시다발로 진행되고 있다. 이념 따위는 잊은 지 오래다. 철저하게 국익(國益)과 실리(實利)에 기초한 21세기형 짝짓기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달 잠재적 경쟁자인 중국과의 연합 해상훈련을 사상 처음 실시했다. 북한의 핵실험, 국제 테러 등과 같은 긴급 사태에 대비해 협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 때문이다. 미 국방부는 지난봄 ‘글로벌 야망을 가진 중국의 급속한 성장은 전 세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하지만 경쟁하면서 협력하고, 협력하면서 경쟁하는 것은 이제 국제정치의 보편적인 행동률이 돼 버렸다. 미국은 베트남과의 관계도 완전히 정상화했다.

중국은 영토 분쟁을 겪었던 인도와의 자원 공동개발과 경협 확대에 합의했고, 일본과는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둘러싼 5년 불화의 청산에 나섰다. 탕자쉬안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최근 “중-일 관계는 이미 정상 발전의 궤도에 올라섰다”고 선언했다. 에너지 대국인 러시아도 중국에 시베리아 자원 개발 참여 허용과 천연가스 공급을 약속했다.

4강의 현란한 교차외교의 틈바구니에서 한국만 외톨이가 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동북아 균형자론’을 내걸고 4강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이라도 할 것처럼 큰소리를 쳤지만 이들과의 1 대 1 관계조차도 심화하지 못했다. 동맹인 미국조차 북핵 문제를 놓고 한국과 소원해졌다. 한미관계는 “이혼 서류에 도장만 찍지 않은 상태”라는 말까지 나왔다. 민족감정의 충돌로 야기된 일본과의 불편한 관계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 중국의 집요한 동북공정은 어떤 나라보다 엄혹한 중화(中華) 제국주의 속성을 보여 주고 있다.

외톨이 신세에서 벗어나려면 한미동맹부터 복원해야 한다. 미국이 좋아하고 신뢰하는 한국과 그렇지 않은 한국은 주변국들의 눈에 다르게 비칠 수밖에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올해 14개국을 방문했다. 이 중 미국을 대신할 만한 우방이나 동맹국이 한 나라라도 있었는지 자문해 볼 일이다. 한미동맹을 복원해 대(對)4강 외교의 토대가 더는 훼손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북핵 문제 해결과 함께 이 정권이 남은 임기 중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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