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화제! 이사람]농구 여름리그 MVP 변연하

  • 입력 2006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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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목표로 세운 것은 반드시 이루고야 만다는 집념의 선수 변연하. 하지만 코트 밖에서는 예쁘게 보이고 싶은 평범한 여성이다. 변연하는 묶은 머리를 풀면 좋겠다는 요청에 “머리를 안 감아서 절대 안 된다”고 버텼다. 김성규 기자
무엇이든 목표로 세운 것은 반드시 이루고야 만다는 집념의 선수 변연하. 하지만 코트 밖에서는 예쁘게 보이고 싶은 평범한 여성이다. 변연하는 묶은 머리를 풀면 좋겠다는 요청에 “머리를 안 감아서 절대 안 된다”고 버텼다. 김성규 기자
《농구코트에선 사나운 싸움꾼이다. 부딪혀 넘어지고, 코트 위를 굴러도 그때마다 ‘오뚝이’처럼 일어나 입을 앙 다문 채 공을 향해 와락 달려든다. 공에 대한 그 집착, 골에 대한 그 집념이 삼성생명을 이번 여름리그 여자프로농구 우승에 올려놓았다. 5년 5개월 만의 우승. 국민은행과의 챔피언결정전이 끝난 뒤 기자단의 몰표를 받으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변연하(26).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숙소는 빈 집이었다. 다른 선수들이 한 달간의 휴가를 얻어 뿔뿔이 떠난 그 곳에 변연하 혼자 남았다.》

9월 브라질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때문. 국가대표팀 주축 멤버로 지금 태릉선수촌에 있어야 하지만 며칠간 특별휴식을 허락받았다.

“체력이 바닥났어요.” 하품을 하면서 변연하가 말했다. 믿을 수 없다. 코트 위에선 그렇게 팔팔하더니.

○ 지고는 못사는 코트의 악발이

부산에서 자란 그녀는 해운대초교 4학년 때 큰 키(당시 160cm) 덕분에 농구를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지고는 못살았다.

“동료들하고 심부름을 걸고 가위바위보를 해도 절대 안 져요. 뭐든 대충 못 넘어가요. 새치기를 하는 사람을 봐도 그냥 못 넘기죠. 요즘은 감정을 꽤 조절하는 편이지만 예전엔 경기에서 일부러 치근대는 선수들에겐 꼭 경기 중에 보복을 해주곤 했어요.”

그 ‘근성’이 운동 신경 둔한 키 큰 여자 아이를 국내 최고 수준의 농구선수로 키워냈다.

“농구 시작한 지 3개월이 됐을 때 환갑 넘으신 감독님이 ‘내 평생 농구를 가르쳐 봤지만 너처럼 못하는 애는 처음 봤다’고 하시대요.”

그는 요즘도 힘들 때 그 말을 떠올린다. “그런 말을 듣고도 여기까지 왔는데 이까짓 것쯤이야 하는 오기가 생기잖아요.”

프로 초기에 부상에 시달리긴 했지만 그의 농구 인생에 큰 고비는 없었다. 동주여자상업고등학교 때는 입학하면서 주전을 꿰찼고 그해 말 당시 실업팀이었던 삼성생명과 입단 계약했다. 2001년 겨울리그에선 프로 데뷔 2년 만에 통합 MVP를 차지했고 팀도 우승했다. 이후 팀이 우승과 인연이 없었을 뿐 개인성적은 기복 없이 좋았다.

○ “생머리에 치마 즐겨 입어요”

농구장 밖에서는 어떨까. “‘이미지가 정말 다르다, 여성스럽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반바지에 붉은색 티셔츠 차림만으로도 경기 때와는 많이 달라 보였다.

선수들이 농구에서 해방되는 기간은 1년에 길어야 두 달. 그가 ‘민간인’으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변연하는 치마를 즐겨 입고 색상도 붉은색 등 원색을 좋아한다. 코트에선 머리칼 한 올이라도 경기에 방해되지 않게 꽁꽁 묶어 올리지만 코트를 떠나면 어깨까지 긴 생머리를 늘어뜨리고 다닌다.

사생활은 평범하다. TV를 보거나 음악 감상, 인터넷, 학교 가기 정도. 즐겨 보는 TV 프로그램이나 영화는 대부분 코미디다. 농구장에선 별로 웃을 일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

최대한 오래 선수생활을 하고 싶지만 그 이후도 준비한다. 짬을 내 경기대 체육학과에 다니는 것도 그 때문. “나중에 강단에 서고 싶어요. 하지만 공부는 오래 담쌓고 지내서 저에겐 일종의 무지개 같은 꿈이에요.”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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