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흔들리는 8·31대책’ 정부 여당 책임이다

  • 입력 2006년 1월 24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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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고위층이 ‘귀신이 아니면 뚫지 못할 것’이라고 장담했던 지난해 8·31 부동산 종합대책이 시장에서 통하지 않고 있다. 정부 여당은 의도한 대로 작년 말에 관련 입법을 강행했지만 서울 강남과 수도권 일부 지역의 집값이 되레 오르고 있다. 반면 서울 강북 등 일부 지역에서는 급히 이사를 해야 할 사정이 생겨도 거래가 실종돼 이사를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주 정부가 8·31대책을 만든 공무원들에게 훈장을 주겠다며 국무회의에서 영예수여안을 통과시킨 것이 우습게 됐다.

대책의 약발이 듣지 않자 건설교통부는 재건축 아파트를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재건축 승인권의 일부를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빼앗으려고 한다. 그러나 재건축 아파트의 용적률이나 층고(層高)에 대한 판단은 지역 실정에 맞게 탄력적으로 하는 게 옳다. 중앙정부가 이런 업무까지 장악하려는 것은 노무현 정부가 강조해 온 ‘지방자치 활성화’에도 역행하는 일이다.

재건축 아파트 용적률 규제를 통해 투기를 잡고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발상부터 단견이다. 인기 지역 재건축 아파트의 층고 제한을 과감히 풀어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 아파트 값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현실론이 더 설득력 있다.

정부는 8·31대책이 낳는 부작용과 후유증부터 바로 봐야 한다.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을 확대한 탓에 매물(賣物)이 사라지다시피 했다. 중(重)과세로 압박하면 집을 내놓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은 빗나갔다. 공급 부족 등으로 집값 상승 기대감이 커진 데다 양도소득세까지 무겁게 매기니, 집을 팔아 양도세를 많이 내느니 좀 더 버텨 보자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이다. 이런 시장심리를 읽지 못하는 탁상 대책은 현 정부 들어서만도 20여 차례 나왔지만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정부가 부동산대책의 결정판이라고 자랑해 온 8·31대책조차 ‘공격 목표’였던 서울 강남에서 실패하고 다른 지역 주민들에게는 상실감과 불편을 안기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그러자 정부는 ‘재건축 승인권이 지자체에 있어서 문제’라며 화살을 돌리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시장원리를 무시한 ‘코드 정책’에 있다. 부동산 문제를 정치사회적 편 가르기를 위한 도구로 삼는 행태부터 버리고 시장원리에 따라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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