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동관]日스파이 위성

  • 입력 2006년 1월 10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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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첩보) 위성’으로 불리는 정찰위성의 위력은 뉴욕 센트럴파크 벤치에 앉아 뉴요커가 읽고 있는 신문 제목을 수백 km 고도에서 판독해 낼 정도다. 미국이 1990년대 초 배치한 KH12 스파이 위성은 지상에 있는 가로세로 10∼15cm의 물체까지 식별해 낸다. 1990년대 말 배치한 KH13은 가로세로 4cm까지 읽어 낸다. 최근에는 스위스 정보 당국이 스파이 위성의 일종인 전자정보수집위성을 통해 런던 주재 이집트 대사관이 본국에 팩스로 보낸 ‘미 중앙정보국(CIA)의 동유럽 비밀수용소 보고서’ 내용을 파악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열쇠구멍(KH·Key Hole)’이라는 미 스파이 위성의 이름처럼 이 현대종합전의 총아는 적정(敵情)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게 해 준다. 미 스파이 위성이 하루 한두 차례 한반도 상공을 지나며 찍은 수백 장의 고해상도 위성사진은 실시간으로 미 국방부에 전송되며 이 중 일부가 ‘제한적으로’ 우리에게 전달된다. 이 때문에 북한은 스파이 위성이 지나가는 시간을 피해서 군사 훈련을 한다고 한다.

▷일본이 한반도를 감시하기 위한 두 번째 정찰위성 2기를 올해 안에 쏘아 올릴 예정이다.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광학위성과 야간 및 악천후에 전파로 화상 정보를 얻는 레이더 위성이 한 조(組)인 새 스파이 위성의 식별 능력은 가로세로 1m. 그러나 2009년 실용화할 예정인 3호 정찰위성의 인식 능력은 가로세로 50cm여서 남북한 어느 쪽의 미사일 발사나 병력 이동도 쉽게 포착할 수 있다.

▷일본은 1969년 국회 결의로 ‘우주 개발은 평화적 이용에 국한한다’고 규정해 군사위성 보유를 사실상 제한했다. 그러나 1998년 8월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 실험을 계기로 2002년 ‘국민의 안전’이라는 규정을 신설해 군사위성 개발을 합법화했다. 북한이 일본의 첩보 강국화 명분을 만들어 준 셈이다. 열강은 한반도 상공에서 우리 사정을 ‘손바닥 보듯’ 들여다보는데 땅 위에선 아날로그 시대의 퇴행적 구호인 ‘우리끼리’가 난무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한반도 상황이다.

이동관 논설위원 d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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